"야구 대표팀의 활약은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우리 축구대표팀도 국민에게 야구에 버금가는 기쁨을 줘야 할 책임이 있다."

허정무(54)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이라크와 평가전(28일 오후 9시.수원월드컵경기장),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홈 경기(4월1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를 앞두고 22명의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결승까지 오른 야구대표팀 못지않은 선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허 감독은 이날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구성 배경과 배기종 이상호, 박현범(이상 수원) 등 새로 뽑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 북한전에 임하는 자세 등을 밝혔다.

그는 "북한과 중요한 일전을 위해 기존 골격을 유지하면서 경쟁력 있는 선수 세 명을 추가 발탁했다.

K-리그에서 부진하거나 우리 팀, 그리고 상대팀과 조화 등을 따지다 보니 빠진 선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또 무적(無籍) 신세가 된 이근호나 최근 팀을 찾은 조원희(위건 애슬레틱)에 대해서는 "이라크와 친선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평가하고 북한전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정무 감독과 일문일답.
--세 명을 추가 발탁한 배경은. 황재원도 13개월 만에 재발탁했는데.
▲황재원은 지난해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때 개인적인 일로 중도 하차했지만 1년여 동안 소속팀에서 활약해 왔다.

선수의 과오나 이런 것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능한 자원을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프로팀만 봐도 아시아쿼터제의 실시로 각 나라에서 수비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 수비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부상으로 조용형마저 빠진 상황인데다 그동안 수비 라인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해 제공권 장악 능력이 좋고 경험이 많은 황재원을 다시 뽑았다.

새로 발탁한 세 명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다.

평가전과 훈련을 통해 확인할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박현범은 공·수 연결이나 볼 터치를 쉽게 하면서도 영리하게 경기한다.

키가 크지만 기동력도 좋다.

이상호는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배후 침투가 좋다.

체구는 작지만 고루 갖춘 선수다.

배기종은 골 앞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특이한 재능을 가졌다.

순간 돌파나 골결정력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줬다.

--이근호를 발탁한 배경은.
▲사실 대표선수로서 자존심 면에서는 상할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외국팀이 모셔가야 하는 처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팀이 확정되지 않아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그동안 꾸준히 연락을 취해 왔다.

훈련도 계속 해왔다고 한다.

이라크와 친선경기가 끝나고 북한전 출전 여부를 정할 생각이다.

--북한전 대비는.
▲훈련 및 이라크와 평가전을 통해 북한전에 나설 최상의 조합을 찾으려는 것이 우리 목표다.

북한이 상승세지만 우리 팀도 못지않다.

결국 경기 당일 얼마만큼 준비하고 우리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최상의 조합을 찾겠다.

--황재원의 발탁은 북한 공격수 정대세를 막기 위한 포석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북한은 멤버가 거의 변함없다.

우리 수비라인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다만 만일을 대비한 백업 멤버가 필요하다.

황재원, 이정수(교토), 강민수(제주)가 경쟁하면서 좋은 조합을 만들어낼 것이다.

--북한의 밀집수비를 무너뜨릴 비책은.
▲밀집수비를 하는 팀은 까다롭다.

엇비슷한 전력인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는 팀과는 느슨해지고 안 풀릴 수 있다.

지난해 네 차례 대결에서 비겼지만 또 비길 수 있다.

결과는 장담 못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잘 준비하고 90분 동안 끈질기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반드시 찬스는 온다고 생각한다.

--정조국(서울)을 빼고 배기종을 발탁한 것은.
▲정조국은 팀에서도 활약하고 있지만 아주 좋은 컨디션은 아닌 상태다.

팀에서 잘해도 대표팀에서 잘 안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한 것이다.

배기종은 정조국과는 또 다른 면이 있고 서로 특징이 다르다.

다른 선수들과 조합, 상대팀과 조합에 따라 멤버 구성은 항상 변할 수 있다.

--축구대표 감독으로서는 야구 대표팀의 활약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의 자랑이라 생각한다.

경제적인 면 등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서 야구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줘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지만 야구는 야구고 축구는 축구다.

물론 우리 축구도 앞으로 월드컵도 있는데 국민에게 야구에 버금가는 기쁨을 줘야 할 책임감이 있다.

우리 선수들도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