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제2회 월드베이스클래식(WBC) `야구전쟁'은 아시아예선전이 열린 일본 도쿄에서는 일단 끝이 났다.

일본은 7일 첫 대결에서 폭발한 타선과 매끄러운 계투진을 앞세워 한국을 14-2, 7회 콜드게임으로 대파했지만 한국은 이틀 뒤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일본을 능가하는 투수력을 선보이며 1-0 완봉승을 거둬 `장군멍군'이 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예선인 1라운드는 물론 본선인 2라운드에서도 패자부활전 성격의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라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3차례 더 맞붙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대충돌'로 또다시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제1회 WBC 때에도 한국은 일본과 예선전 한 차례를 포함해 총 세 번 격돌하며 양국 야구팬은 물론 국민간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당시 예선전을 앞두고 "한국 야구가 30년간 일본 야구를 이기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는 일본 최고스타 스즈키 이치로의 `망언'은 한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첫 WBC 대회 한일전의 긴장감이 `국지전' 수준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그 긴장감이 `세계대전'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 대항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횟수가 더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이 한국에 두 차례 연속 패하는 수모를 당하며 노메달에 그친 데 비해 한국은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최고임을 공인받자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달라졌다.

첫 대회 당시에는 자국팀 보도에만 열을 쏟던 일본 언론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신문, 방송 가릴 것 없이 연일 `한국 타도', `일본 킬러, 김광현 해부', `이대호 타격 약점'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9일 패배 직후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더 자주 대결할 것이라는 생각이 커지고있다"라며 "한국과 가슴과 가슴으로 맞부딪쳐 정면 대결할 생각"이라며 한국이 `숙적'임을 공언했다.

한국 역시 높아진 기대감 때문에 일본팀이 메이저리거와 자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을 끌어모은 `드림팀'이라 하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7일 일본전에서 2-14로 크게 패했을 당시, 코치진은 `어차피 지는 경기'라는 생각으로 패자부활전을 위해 투수를 최대한 아꼈지만 한국 국민과 일본 내 교포들의 여론은 부글부글 끓었다.

투수를 더 투입해서라도 최소한 콜드게임 패배의 치욕은 당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잘 아는 김인식 감독도 일본적 패배 다음날 잠을 잘 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기는 잤지만 잠이 푹 오겠냐. 속이 쓰리니 밥맛도 없어지더라"라면서 "말이야 한 점 차로 지나 많은 점수 차로 지나 같다고 했지만.."이라고 말해 중압감을 드러냈다.

9일 일본과의 `리턴매치' 승리 직후 "예선 1위냐, 2위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일본과 1차전에서 무참하게 패했는데 오늘은 이겨 너무 기쁘다"라며 환하게 웃었던 김 감독의 얼굴은 한국과 일본간 `야구전쟁'이 얼마나 치열할지를 잘 보여준다.

(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