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은 인간의 천태만상이 드러나는 곳이다. 피의자들은 검사실에서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무척 애를 쓴다.

최근 인천지검 A검사실.한 남성이 40대 중년 여성을 뒤에서 덮쳐 가슴을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수배됐다가 결국 붙잡혔다. 피해 여성이 용서해주겠다고 하자 피의자 얼굴에 급격히 화색이 돌았다. 결국 "죄송하다"를 연발하며 이실직고했다. 합의금을 안 내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피해 여성이 "500만원만 달라"고 요구했다. 순간 검사실에 정적이 돌고 피의자 얼굴이 다시 급변했다. A검사는"나도,수사관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다 막혔다"고 웃었다.

작년에 구속된 기업인 B씨는 구속만은 면해달라고 검사에게 울며 사정했다. 그러나 결국 구속되자 언론 등을 통해 검사를 비난했다. 검사 앞에서 진술을 늘어놓다 검사가 말문을 막고 "여태까지 이러저러한 얘기를 한 거죠?"라며 확인차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다 진술이 뒤죽박죽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동생 죄를 무마해 보겠다며 검사한테 돈봉투를 건네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수갑을 찬 여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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