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선 위협받자 시장 공포 확산… "전저점 시험 가능성" vs "일시적 현상"

코스피지수는 과연 지난해 10월의 저점까지 내려앉을 것인가.

코스피지수가 1,000선 붕괴를 눈 앞에 두자 지난해 10월의 저점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약세는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론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오후 1시 4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46.51포인트(4.38%) 하락한 1,016.52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가 1,000포인트까지 불과 20포인트도 남지 않게 되자 1,000선 방어 주장은 쏙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해 10월 27일의 저점인 946.45(종가 기준)가 지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을 뿐이다.

전저점 붕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차별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연초 강세장을 이끌었던 것은 국내 IT, 자동차 기업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춰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며 불황에서 회복된 후에는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급격히 감소할 정도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국내 기업만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국내 기업의 실적도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IT, 산업재 등 일부 기업의 예상보다 나쁜 1분기 실적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다른 나라 지수에 비해 선전하자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수준에 달해 전 세계 평균(11.3배)이나 신흥시장(9.6배)보다 높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GM 파산이나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 등 해외에서 초대형 악재가 터진다면 지수가 지난해 10월의 저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수가 1,000선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지난해 10월 저점을 깨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낙관론도 힘을 잃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낙관론의 주요 근거는 지난해 10월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외화 유동성 위기 탓에 국가 부도 위험성까지 거론됐지만, 2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에 더해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안전판'까지 확보함으로써 당시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는 주장이다.

신영증권의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어서 지나친 비관론은 금물로 여겨지며, 1,000선이 붕괴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의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1,000선이 무너진다면 단기 매매의 기회가 생긴 것으로 봐야 하며, IT주 등 낙폭이 컸던 대형 우량주의 매수 시점을 탐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