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거듭하던 김형오 국회의장이 1일 결국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는 오늘 밤을 새우더라도 협상을 해야한다"며 "만약 안된다면 내일은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조건부로 직권상정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직권상정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도 꺼렸던 김 의장으로선 단호한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김 의장의 발언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여당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야당에 의해 막히기 때문에 이것을 직권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목이다.

현재 여당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하는데도 야당에 의해 막히는 법안은 최대쟁점법안인 미디어관련법 뿐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의장이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간접적이나마 직권상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적지않은 입장변화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각에선 김 의장이 실제로 미디어관련법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의장이 이날 고심 끝에 절제된 단어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발언은 사실상 결심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김 의장이 직권상정 이후 상황과 관련, "야당은 자신들의 강경한 선명성을 내세우려고 하다 자신들이 가장 큰소리친 부분을 잃게 될 것이고, 여당은 직권상정으로 인한 향후 정국 경색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야당이 가장 큰 소리친 부분'이란 건 결국 미디어관련법이고, `여당이 정국경색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건 결국 여론의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는 미디어관련법이 처리될 경우에만 성립되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장은 이미 연말 쟁점법안 대치 과정에서도 끝까지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해 여권의 비판을 한몸에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여권의 폭발하는 불만기류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한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여야의 합의도출 가능성이 희박하고,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 의장이 이왕 결단을 내릴 때 한꺼번에 직권상정을 할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제 직권상정 법안에 미디어관련법까지 포함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미디어법이 실제 직권상정돼 처리될 경우 국회 파행을 넘어 정국이 격랑으로 휘몰릴 수 있는 만큼, 직권상정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김 의장의 발언으로 3월2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당초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3월3일 본회의를 추가로 소집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이날 김 의장이 "오늘중 밤을 새워서라도 타결해야 한다.

내일 오후 2시는 본회의 시작"이라고 발언함에 따라 3월2일 본회의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발언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내일 오전 중 본회의 직전까지 한나절을 심사기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마지막 결심을 앞두고 교회에 출석해 기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