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사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엔고의 혜택을 받았던 '역(逆)샌드위치'주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역샌드위치주식이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첨단 기술에 치여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견해를 뒤집어 한국이 중국보다는 기술력 우위가, 일본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엔화 강세 덕분에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업종이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선전하면서 이른바 역샌드위치주가 증시에서도 강세를 보여 왔다.

이중 LCD패널 부품업체인 우주일렉트로[065680]가 올해 들어 25일까지 66% 오른 것을 비롯해 삼성전기(23%), 금호전기(30%), 현대차(24%) 등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역샌드위치주의 '봄날'이 지나가는 분위기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 11일 90.31엔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25일 현재 96.95엔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급등해 원.엔화 환율이 지난 20일 1,599.57원에서 25일 1,563.69원까지 떨어졌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원.엔 환율의 하락은 지금 향유하고 있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엔화 약세가 일본의 펀더멘털 약화에 기인하고 있는데, 급격한 경기침체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각국이 자국 통화를 절하해 환율 전쟁을 촉발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고, 또 증시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2007년말 이후 달러화에 대비해 원화가 절반 이상 절하됐고 엔화는 12~13% 절상됐다"면서 "최근 엔.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며칠 동안 상승세로 엔화 강세의 흐름으로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그동안의 엔화 강세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과 함께 원.엔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의 완화로 볼 수 있어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