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별이 졌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하셨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마음으로 명복을 빌었습니다.

지난 일주일은 김 추기경의 '조문 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추기경의 유해가 안치됐던 명동성당 일대는 조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추기경이 생전에 강조해온 '사랑과 나눔'이 조문객들을 '인간 띠'로 이은 게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사람들은 기나긴 조문 행렬에서 슬픔보다는 희망의 빛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추기경 자체가 하나의 교회였다"며 "세상이 더 적막해졌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가 비쳐온 빛이 워낙 따뜻하고 컸기에 사람들의 상실감도 컸던 것 같습니다.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는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던 바로 그 GM의 생사가 관심거리입니다. 미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자구안을 백악관에 제출하지 않으면 파산 신청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보도입니다.

GM의 생사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변곡점이 될 게 분명합니다. GM은 미국 경제를 이끈 견인차였습니다. 수많은 직원을 고용하고,관련 산업을 꽃피웠습니다. 미국이 성장하는 데 빛을 준 '큰 별'이었던 셈이지요. 그 별이 진다면 미국은 당분간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끝일까요. 역설적이지만 세상은 수많은 단절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시키고 있습니다. 2000년 강원도 고성에 큰 산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 참담한 숯덩이 위에서도 새싹이 났습니다. 우리는 김 추기경을 보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삶을 살려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고,그래서 훗날 김 추기경 같은 사람이 많이 나타나면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GM의 빈 자리에도 새로운 산업이 출현할 것입니다.

지난주 환율은 뛰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렸습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증시 속담이 현실로 나타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