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운동 탄압하는 정치검찰 각성하라.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양심법관 지켜내자."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형사법정.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당시 일부 언론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중단하라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24명의 피고인이 선고공판을 기다리는 가운데 피고인 김모씨가 일어났다. 법원 직원이기도 한 김씨는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을 둘러보며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라고 외치더니 구호를 선창했다.

이에 방청객들은 큰 목소리로 따라 하며 박수를 쳤다. 김씨는 지인을 시켜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일부 방청객은 제지하는 법정경위에게 "너 몇살이냐"며 시비를 거는 일도 벌어졌다.

30여분 뒤.판결이 선고되고 일부 죄목에서 유죄 판단이 나자 30분 전의 '양심법관'은 '양심을 버린 법관'으로 매도됐다. 방청객 중 한 명은 재판 도중 일어서서 "사법부는 죽었다"며 소리를 질렀고 재판이 끝나자 수십여명의 방청객들은 "법원이 언제부터 정권의 시녀가 됐느냐"며 큰 목소리로 소란을 피웠다. 피고인 측 변호사가 "우리도 화나지만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제지했어도 이들은 10여분간 소리를 지르며 분풀이를 한 뒤 법정에서 물러났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는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 카페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모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운영자 양모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카페 운영진 등 광고 중단 운동에 참여한 다른 네티즌 19명에게는 100만~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이 중 8명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자동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 여행사 홈페이지에 계속 접속해 과부하를 초래하고 여행상품 여러 개를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 3명에게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광고 중단 요구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위력이란 유 · 무형과 관계없는 폭력으로 피해 기업들은 많은 항의 전화를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거나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며 유죄 이유를 밝혔다. 또 "카페 운영진은 광고 중단 뜻이 없는 기업을 집중 타격 대상이 되게 했고 회원들을 독려해 피해 업체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의 수준까지 진행되게 했는데 이는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약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광고 중단 요구가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라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의자들의 행위에는 절차의 정당성에 흠결이 있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언론사들이 광고주와 맺은 계약은 적법한 것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