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주의 시장가치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이 작년 말의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드는 등 글로벌 금융주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세계 은행산업의 시가총액은 2007년 말 8조3000억달러에서 작년 말 4조달러로 급락했고 올해는 3조달러 초반까지 추락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극에 달한 작년 하반기에만 2조5000억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주들의 투자가치 수준을 보여주는 총주주수익률(TSR)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거지기 직전인 2006년에는 26.1%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53.6%로 80%포인트나 떨어졌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북미와 서유럽의 은행산업 평균 총주주수익률은 지난해 각각 -50.7%,-60.5%로 극히 저조했다. 총주주수익률이란 배당금과 주가상승분의 합을 투자 시점의 주가로 나눈 값으로,은행에 대한 투자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다.

글로벌 금융주의 부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씨티그룹 시가총액은 작년 말보다 56.63%나 급락했으며 UBS BNP파리바 HSBC 등도 25% 이상 줄었다. 국내 금융주는 상대적으로는 나은 편이다. 은행 중에서 최고의 총주주수익률을 보여온 신한지주는 20.54% 줄었고,삼성증권 시가총액은 6.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 한 해 동안 시가총액이 70%나 급감한 모건스탠리는 올 들어 작년 말 대비 29.4% 증가했고 골드만삭스도 6.31% 늘었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은행 연체율은 작년 말 0.88%인데 비해 미국 은행은 4% 수준에 육박한다"며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적용을 통해 부동산가격 하락이 부실여신 증가로 이어지는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은행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얼마나 자산건전성을 유지해 가느냐가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일 BCG 서울사무소 및 아태 금융총괄대표는 "올해 국내 은행산업 전체의 순이익은 2007년의 20%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문제를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