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급증하는 주택압류를 막기 위해 750억달러를 투입,900만명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모기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자본확충 규모를 기존의 각각 10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택소유자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집값 하락으로 모기지 원금이 주택 가격을 웃도는 채무자들도 채무재조정(리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모기지 채무자들은 월 상환금이 소득의 31% 이내로 줄어든다.

미 정부는 모기지 대출업체(금융사)에 대해서는 연체한 채무자의 모기지 조건을 완화해줄 경우 건당 1000달러,채무자가 3년간 모기지 계약을 계속 유지할 경우 매년 1000달러씩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대출 상환 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가계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해줄 경우 최대 2000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모기지 채무자의 경우에도 5년간 현 모기지 계약을 유지하면 매년 1000달러를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투기 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구입한 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요되는 자금 750억달러 중 500억달러는 금융권 구제자금(TARP) 잔여분 3500억달러를 활용하고,나머지 250억달러는 국책 모기지회사를 통해 지원키로 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내 모기지를 받은 5200만 주택보유자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1380만명이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인해 집값이 대출원금을 밑도는 이른바 잠재 압류 대상자인 것으로 추산됐다. 미 정부는 이번 조치로 최대 90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성실하게 모기지를 상환해온 주택소유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 주택시장은 올 들어 더 침체되면서 1월 주택착공 건수가 연율 기준 46만6000채로 지난해 12월보다 16.4% 감소했다. 이는 주택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9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