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에 올해는 '비상경영의 해'다. 세계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고 내수마저 위축되자 많은 기업들이 위기경영을 선포했지만 동부의 비상경영에는 다른 뜻이 숨어있다. 경영환경 변화를 실감한다는 위기감도 반영돼 있지만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오는 7월 아산만 전기로 제철공장을 준공하는 동부제철은 사운을 수출에 걸기로 했다. 원 · 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는 상황에선 수출이 불황 극복의 열쇠라는 판단에서다. 회사 내엔 마케팅실을 새롭게 세웠다. 기존 제품별 사업조직을 지역별 사업조직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마케팅과 영업력을 강화하자 성과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음료수 캔 소재로 사용되는 석도강판의 지난 1월 수출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나 늘어났다. 세계 참치캔 시장으로 따져보면 점유율만 25%에 달하는 세계 1위 업체가 됐다. 성과가 이어지자 동부제철은 아예 수출 확대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해외 시장과 고객을 바닥부터 철저히 분석해 해외 고객을 선점하기로 했다. 사전 마케팅의 효과는 알찼다. 동부제철은 최근 동원산업이 인수한 세계적인 참치브랜드인 스타키스트(Starkist)사에 캔소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동부건설은 '센트레빌'브랜드로 승부하는 역발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미분양 리스크를 탈출하자는 전략이다. 올해 용산에서 시작되는 도심복합개발 사업이 첫번째 대상.동부건설은 주상복합 브랜드 '아스테리움'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 위주로 펼쳐온 주택사업을 더욱 확대해 올해 고객들에게 확실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반도체부문 개발인력을 영업으로 전진배치했다. 대신 영업인력은 고객사에 배치해 24시간 바로 고객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역시 사업구조를 현장으로 전진배치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영업직원은 '모바일 오피스'개념을 도입해 사무공간 없이도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꿨다.

동부하이텍 농업부문은 고객중심의 통합 마케팅으로 불황 극복의 해법을 찾고 있다.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집중 판촉 서비스'를 통해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부생명은 변액상품 등 투자형 상품보다 건강보험 등 보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보장성 상품 위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밖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한 경제여건 속에서도 '모두가 건강하게 잘 살자'는 메시지를 담아 '힐 빙(Heal Being)'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