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직장인들의 퇴직금마저 위협받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퇴직금 체불액은 3563억원으로 전년도 2896억원 대비 23%가 증가했다. 퇴직금을 못받은 근로자수도 10월 말 현재 27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기업들이 퇴직금을 장부상 부채로만 기재하고,실제로는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운영자금이 우선시되고,근로자 은퇴 후 최후 보루인 퇴직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장부상 부채에 대해 30%까지 손비인정을 받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퇴직금 운용방식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30~40대 근로자들의 60% 정도가 은퇴후를 대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근로자들은 직장도 잃고 퇴직금도 떼이게 되는 이중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퇴직금의 사외적립을 통한 수급권 보장이 필요하다. 삼성생명퇴직연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의 사외적립률은 2008년 말 현재 약 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이 사외적립에 소극적인데다 근로자들도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은 퇴직금을 금융회사를 통해 사외적립하고,근로자가 은퇴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퇴직연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1980년대 말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기업들의 부실화로 근로자 은퇴후 보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2000년대 초반에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를 모델로 한 '신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고,퇴직금 사내적립분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하는 등 퇴직금 사외적립을 유도하는 조치들을 시행한 바 있다.

우리도 과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서 현재와 같이 퇴직금이 기업의 사내자금으로 주로 운용된다면,가뜩이나 어려운 근로자들의 은퇴후 생활은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처럼 경기침체기일수록 은퇴후 생활준비에 대한 기업과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