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위기를 맞아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17일(현지시간) 정부에 자구책을 제출함에 따라 이들이 과연 회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사가 자구책 제출시한인 이날에 맞춰 향후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함에 따라 이제 이들의 운명은 정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미 정부는 GM과 크라이슬러의 자구책을 검토에 들어가 이들이 수익성 있는 회사로 회생할 수 있을지 여부를 3월 31일까지 판단해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자구책이 실질적인 회생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파산의 길로 향할 수도 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자구안은 정부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요청과 함께 노동비용 절감과 감원, 공장 폐쇄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담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날 정부에 최대 166억달러와 50억달러의 추가 자금지원을 각각 요청해 총 216억달러를 요구했다.

GM이 이미 134억달러, 크라이슬러가 40억달러 등 174억달러를 지원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은 GM이 300억달러, 크라이슬러가 90억달러 등 총 39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GM은 117쪽에 달하는 자구책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전세계 사업장에서 4만7천명을 감원하고 2012년까지 미국내 5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턴을 2011년 말까지 없애는 등 보유 브랜드를 현재 8개에서 시보레와 뷰익, 캐딜락, GMC 등 4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GM은 이를 통해 앞으로 2년 내에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2017년까지는 정부 지원금을 상환 완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라이슬러도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3천명을 추가 감원하고 자동차 3개 모델의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또 자동차 생산 능력을 10만대 가량 줄이는 한편 고정비용을 7억달러 삭감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는 올해 안에 3억달러 규모의 무수익 자산을 처분하고 2012년부터 정부 지원금 상환을 시작할 방침이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이 같은 자구책은 정부의 검토를 거쳐 그 실현성 여부를 테스트 받아야 한다.

미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자동차 차르' 임명 계획을 철회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자동차업계 태스크포스(PTFA)를 구성, 정부 관계자를 참여시킨 가운데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구제금융이나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자구책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는 기존에 대출한 174억달러도 회수할 수 있고 이들은 파산의 길로 향하게 된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12월19일 정부의 긴급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노조가 운영하는 은퇴자 건강보험 기금에 지출하는 비용의 절반을 내년에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고 추가적인 실업 급여 지급을 없애고 근무 규정도 노동비용을 삭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GM의 경우 노조에 현금으로 지출하는 은퇴자 건강보험 기금을 204억달러에서 102억달러로 줄여야 한다.

즉 노동비용을 삭감해 경쟁력있는 회사로 탈바꿈하는 청사진을 내놓으라는 것이 정부의 요구 조건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GM과 크라이슬러, 포드가 이날 전미자동차노조(UAW)와 경영 회생을 위한 노조의 양보를 받아내는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감원과 근로자 복지혜택 축소 등에 관한 노조와의 협의가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이들의 회생은 불투명해지게 된다.

또 채권단과 채무를 재조정해 재정을 건실화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GM은 275억달러에 달하는 무보증 채권을 3분의 1 수준인 92억달러로 줄일 것도 정부로부터 요구받고 있어 이에 관해 채권단과 협의를 벌여왔다.

미 정부는 GM과 크라이슬러의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에서 파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행정부는 자동차 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조건에 따른 회생방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추후 조치에 대해 사전에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정책대안을 배제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해 기업의 회생을 위해 파산을 통한 구조조정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을 하게 되면 더욱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의 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GM은 최대 1천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는 3가지의 파산 시나리오도 검토했으나 이 3가지 방안이 모두 회사를 살리는 것보다는 선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통한 회생을 결정하더라도 앞날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이어져 지금 같은 자동차 판매부진이 계속된다면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다.

GM의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는 1년 전보다 49% 줄었고, 크라이슬러는 55% 감소하는 등 미국의 자동차 판매 급감세는 계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덜 나빠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포드도 자동차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경우 생존을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이코노미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의회 증언에 앞서 미국의 자동차 빅3를 구제하는데 750억달러에서 1천250억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