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불황돌파를 위해 최근 조직을 강하고 빠르게 바꾸는 대대적 개편을 단행했다. 주력 계열사 사장단 절반 이상 교체,임원 20% 이상 퇴임,삼성전자 본사 조직 80% 현장 배치 등 브랜드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고 할 만큼 혁신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조차 지난해 4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입을 만큼 글로벌 불황의 영향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온 삼성만의 '성공 DNA'를 접목,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또 한 번의 '퀀텀점프(Quantum Jump)'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관리의 삼성'에서 '효율의 삼성'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달 말 △현장 강화 △연구개발 및 마케팅 확대 △조직 슬림화 등을 골자로 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연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중심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을 바꿨다. 불황극복 키워드로 '스피드'를 선택한 것.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 조치를 내놓은 삼성전자의 시도는 뉴삼성의 변화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는 임원 70%의 보직을 바꾸고 본사 인력 80%를 현장으로 내려보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조직 개편으로 기획과 재무를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나가는 특성 때문에 붙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며 "효율의 삼성이 새로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액정디스플레이) 등 4대 사업총괄을 이윤우 부회장이 지휘하는 '부품 부문(DS · Device Solution)'과 최지성 사장이 이끄는 '완제품 부문(DMC · Digital Media&Communications)'으로 나눈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함께 쓰지만 사실상 별개 회사처럼 독립경영을 할 수 있게 해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주요 사업부장과 해외총괄 등 사장급이 맡던 자리에 부사장이나 전무를 기용하는 파격 인사도 실시했다. 직급보다는 현장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젊고 빠른 인재들로 삼성을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임원 연봉 삭감,성과급 반납

삼성그룹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계열사별로 임원 연봉의 10~20%를 삭감하고 출장 시 이용하는 항공기와 호텔 이용 등급을 낮추는 비상경영계획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심화되자 재계 1위 삼성마저도 비상경영의 고삐를 조인 것.이번 조치로 삼성 임원들은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상무급은 20시간 이내 거리일 경우,부사장 · 전무급은 10시간 이내 비행일 때 이코노미석을 타야 한다는 세부 기준까지 마련했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 전무급 이상 임원들은 최근 올해 PS(Profit Sharing · 초과이익분배금)를 전액 반납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실적 악화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의 결단이다. 전무급 이상 임원은 전액 반납하고 상무급 임원들은 PS의 30%를 회사에 돌려줬다.

◆점유율 확대,신규 시장 개척에 사활

불황이라고 삼성이 마냥 몸을 움츠리는 것만은 아니다. 불황기를 오히려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공격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평판 TV 2600만대와 휴대폰 2억대 이상 등 지난해보다 높은 판매 목표를 잡았다. 이를 달성하면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아진다.

중국 인도 등지의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인도는 TV시장 10%(1200만대→1300만대),휴대폰 시장 7%(9800만대→1억500만대) 성장이 기대되고 중국 휴대폰 시장도 2~3%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경기 침체의 와중에서도 성장하는 이들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올해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