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급감으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인천항 이용 선사와 하역회사들이 설상가상으로 화주와 화물 운송대행업체인 운송주선업체(포워더)들로부터 운임비와 하역 비용의 인하 압력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6일 인천항만업계에 따르면 인천항의 화물이 예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동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운임을 대폭 인하했는데도 최근 20~30%의 추가 운임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

인천항 정기컨테이너항로 운항선사인 H해운의 한 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입 화물이 급감해 선사 간 화물 확보를 위해 앞다퉈 운임비 인하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운임비가 40% 정도 내렸는데 요즘 화주와 화물운송 대행을 맡은 운송주선업체로부터 20% 정도 더 내려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어 난감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화주와 운송주선업체들은 최근 국제유가가 내리면서 선사들의 연료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그만큼 운임을 더 인하해 달라고 압박을 가해 적자경영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K해운의 한 간부도 "예년같으면 수출할 때 인천~상하이 항로에서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에 150달러를 받았지만 지금은 80달러밖에 못 받는다"고 말하고 "화물선을 빈배로 보내느니, 컨테이너를 조금이라도 싣고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싼 요금이라도 화물을 싣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역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환율상승과 건설경기 침체 및 소비 위축이 겹쳐 수입화물은 거의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가격 인하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 하역업체 사장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자연히 예년보다 30% 정도 하역비가 내린 셈인데 여기에다 물동량이 40% 정도 줄어 경쟁을 벌이다 보니 하역비가 10% 더 인하돼 누적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역 근로자의 경우 정년 때까지 임금 보장을 해 준다는 항운노조와의 협약 때문에 임금 삭감도 어려워 경영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역사와 선사 관계자들은 "계속되는 비용 인하 요구에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