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김석기 청자의 퇴임식
김 청장의 자진 사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용산참사의 여진이 이어질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의 경찰 흔들기가 도를 넘어선 양상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도 "김석기 서울청장의 사퇴로 꼬리 자르고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겠다고 하는 속셈인 것 같다"며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경찰은 "경찰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부글부글 끓이는 모습이다. 한 경찰 간부는 "정치권이 용산사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정치논리와 떼법이 공권력을 짓밟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2년 임기를 다 채운 청장은 어청수 전 청장을 비롯한 4명 전임 청장 중 이택순 전 청장이 유일할 정도로 외풍에 시달렸다. "걸핏하면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 경찰의 힘을 빼면 누가 몸을 던져 일하겠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여론의 경찰 흔들기는 작년 촛불집회 때 절정에 달했다. 이때 총대를 멘 사람이 김 청장이었다. 작년 7월 서울청장에 임명되자마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등 정공법으로 대응해 무법천지 상태를 겨우 진정시켜 놓았다. 그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쇠파이프를 든 채 밤새 시위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됐는데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전 · 의경 부대인 서울경찰청 기동본부를 방문,"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아무쪼록 김 청장이 정치적으로 희생되는 마지막 경찰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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