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은 정부와 여당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의 역할과 책무는 절대적이다. 야당이 허심탄회한 협력을 하건 신랄한 비판을 하건,국정을 위한 야당의 조언과 지혜는 필요하고 또 밑바닥 민심을 알기 위해서도 야당의 역할은 중요하다. 물론 야당은 권력을 잡은 정당도,국정을 책임 진 정당도 아니다. 국정 드라마에서 주연은 여당이고 조연은 야당의 몫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야당은 실체가 없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도 아니고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비로소 빛나는 달과 같은 수동적 존재도 아니다. 또 영국의 정치 사상가인 J S 밀이 《자유론》에서 갈파한 것처럼,근거 없는 반대와 비판으로 일관하는 '악마의 대변자' 역할만을 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보다는 운동 경기에서 맞수 대결을 벌이는 운동 선수처럼 대등한 존재다. 이 맞수 대결에서 관전자는 당연히 국민이다. 테니스 경기에서처럼 정부 여당이 공을 넘기면 야당이 어떻게 공을 받으며 또 야당이 공을 다시 넘기면 여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국민들은 눈여겨 보고 평가한다.

물론 관전자인 국민들은 편이 나뉘어 여 · 야를 각각 응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무조건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는 팀의 기량이나 매너를 예리하게 평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팀이 있어도 잘못을 하면 기탄 없이 비판하고,잘못을 거듭하면 심지어 응원하는 팀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사회의 여당과 야당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공화정의 정치 주역을 닮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고대 스파르타에는 두 사람의 왕이 있었다. 두 사람의 왕이 국정을 책임 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고 각기 권력과 더불어 책임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집정관도 두 사람이었다. 짝수 날 홀수 날을 번갈아 가며 국정을 챙기는 집정관도 권력과 책임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분담할 뿐이었다. 이 점은 현대 민주정치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야당은 국정의 비판자일 뿐 아니라 동반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 씁쓸한 일이 있다. 여당과 야당이 정책마다 사사건건 대립함으로써 공통점은 찾아볼 수 없는데,그나마 공통점이라면 여 · 야 공히 국민들로부터 인기 없는 정당이라는 점이다. 여당이 국민들로부터 인기와 신뢰를 잃고 있다면 야당의 지지율은 높아져야 하는데,동반 추락하고 있으니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왜 야당에는 하다못해 여당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 이익도 없단 말인가. 그 이유는 반대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 여당의 정책에 반대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 패배의 후유증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소수당으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인가.

하지만 비판과 문제 제기는 하더라도 국정의 판 자체를 깨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경청해야 한다. 또 정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폭력까지 행사하는 야당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국민적인 공감대도 주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이것도 싫다,저것도 싫다"라는 태도로 나올 때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며 무책임한 정당으로 평가할 뿐 대안을 가진 책임 정당으로는 볼 수가 없다.

야당이란 국정을 책임 지지 않는 정당이 아니다. 다만 국정 책임을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국정 아젠다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장외로 나서면서 자신들의 세비 10%를 떼어 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보다는 국정에 대한 보다 큰 책임의식을 통감해야 한다. 그런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민주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