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THK(회장 진영환 · 사진)는 1960년 대구에서 수공구인 줄 생산업체로 출발해 직선운동시스템인 LM가이드와 메카트로시스템 분야 등 직선운동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 진영환 회장은 기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직원을 가족 같이 생각하는 인간 존중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경영을 한다. 진 회장은 1976년 당시 무역부 사원이었을 때 미국 파라마운트시에 있는 세계적인 줄 샤프닝 업체인 바거스툴과 기술제휴를 추진했다. 기술료 30만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받기로 한 것. 하지만 바거스툴이 무리하게 계약금액의 우선 지급을 요구하고 기술 이전 명문화라는 삼익THK 측의 주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었다. 수차례 미국을 오가며 양사 간에 상담을 거듭하던 중 바거스툴 공장 현장에서 샤프닝 원재료 포대에 인쇄된 설명서를 진 회장이 발견함으로써 그동안 애를 태웠던 샤프닝 기술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샤프닝 기술이란 줄의 날을 예리하게 만드는 데 필수적이고 특수한 숨겨진 공법이었다. 기술적 단서를 찾은 이 회사는 당시 공장장이던 진우성 고문이 기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거쳐 자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줄 생산 기술의 혁신과 함께 차별화된 고품질의 샤프닝줄 생산을 하게 됐다. 진 회장은 "30만달러의 기술료는 그 당시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많은 외화를 들이지 않고 샤프닝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며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사는 매출 목표의 초과 달성에도 불구하고 환차손으로 매출이익의 감소가 예상되던 지난해 9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THK로부터 20억엔(약 300억원)의 자금을 빌려왔다. 그것도 아무런 조건 없는 무담보로.이를 통해 최근처럼 어려운 시기에 한층 원활한 자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진 회장은 "그동안 쌓은 신뢰가 아무런 조건 없는 지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경영은 또 다른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모범적인 노사화합 경영을 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취득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녀 학자금 지원,사원아파트 제공,고충처리 상담 등 노사가 상생하기 위한 노력과 경영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외환위기 때도 노조가 앞장서서 임금 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을 실시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토대가 됐다.

이러한 노사간의 노력은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분규가 없는 사업장의 전통을 만들어 1998년 '노사협력 우량기업',2000년 '신노사문화우수기업'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진 회장은 "전 직원이 한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경영에 임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노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