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자통법은 자본시장 통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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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설 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려면 부모 2명이 모두 은행 창구로 나와야 한다니 말이 되나요?"
9일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들려던 김모씨는 혀를 끌끌 차며 은행 문을 나섰다. 지난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 펀드 가입이 너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 명의의 펀드를 신청할 때 주민등록등본과 신분증 등으로 가족관계만 증명하면 됐지만 자통법으로 인해 부모 2명이 다 나와야 한다. 만일 부모 한 명만 나오게 되면 배우자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이 또한 은행들이 나중에 문제될 것을 염려해 잘 받아주지 않고 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는 고객들의 투자등급을 분류한 뒤 고객 등급에 맞게 금융상품을 권유해야 하는데 부모 두 명의 투자등급이 다르면 향후에 불완전 판매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여서 모든 은행들이 잘못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감독당국이 구체적으로 유권해석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통법 시대 이후 은행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 잠시 쉬어가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가입 때도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MMF는 주로 국공채 등에 투자해 안전상품으로 분류되지만 MMF에만 가입하려 해도 예전에 해당 은행에서 펀드에 든 적이 있다면 투자자 등급 분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MMF 계좌 개설을 하려면 1시간 이상 소요되고 있다. MMF는 사실상 원금보전이 된다고 볼 수 있어 투자자 유형 분류를 생략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소액으로 붓는 적립식 펀드와 거액을 한꺼번에 묻는 거치식 펀드 가입 절차를 똑같이 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은행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주가지수 등에 연동돼 있어 위험성이 낮은 인덱스 펀드를 파생금융상품으로 분류한 것은 인덱스 펀드 판매를 중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자통법이 자본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은행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9일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들려던 김모씨는 혀를 끌끌 차며 은행 문을 나섰다. 지난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 펀드 가입이 너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 명의의 펀드를 신청할 때 주민등록등본과 신분증 등으로 가족관계만 증명하면 됐지만 자통법으로 인해 부모 2명이 다 나와야 한다. 만일 부모 한 명만 나오게 되면 배우자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이 또한 은행들이 나중에 문제될 것을 염려해 잘 받아주지 않고 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는 고객들의 투자등급을 분류한 뒤 고객 등급에 맞게 금융상품을 권유해야 하는데 부모 두 명의 투자등급이 다르면 향후에 불완전 판매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여서 모든 은행들이 잘못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감독당국이 구체적으로 유권해석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통법 시대 이후 은행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 잠시 쉬어가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가입 때도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MMF는 주로 국공채 등에 투자해 안전상품으로 분류되지만 MMF에만 가입하려 해도 예전에 해당 은행에서 펀드에 든 적이 있다면 투자자 등급 분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MMF 계좌 개설을 하려면 1시간 이상 소요되고 있다. MMF는 사실상 원금보전이 된다고 볼 수 있어 투자자 유형 분류를 생략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소액으로 붓는 적립식 펀드와 거액을 한꺼번에 묻는 거치식 펀드 가입 절차를 똑같이 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은행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주가지수 등에 연동돼 있어 위험성이 낮은 인덱스 펀드를 파생금융상품으로 분류한 것은 인덱스 펀드 판매를 중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자통법이 자본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은행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