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 입학예정)가 쉴 틈도 없이 세계선수권대회(3월23~29일.미국LA) 정상 도전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김연아는 9일(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실내빙상장에서 치러진 4대륙 대회 갈라쇼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밴쿠버에서 모든 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처음 도전한 4대륙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는 달콤한 휴식의 유혹을 떨치고 'LA 영광'을 생각하며 최근 상승세에 오른 스케이팅 감각을 이어가려고 훈련을 선택했다.

김연아는 10일 밴쿠버 공항에서 출발해 5시간을 날아서 전지훈련지인 토론토에 복귀한다.

하루 이틀 쉴 법도 하지만 김연아는 도착한 다음 날부터 크리켓 클럽 빙상장에서 곧바로 훈련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첫날은 가볍게 컨디션을 조절하고 이후에는 평소 하던 대로 하루 두 차례 빙판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브라이언 오셔 코치와 함께 세계선수권대회 훈련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감-상승세 '최고의 소득'
김연아는 4대륙 대회를 준비하면서 값진 소득을 얻었다.

바로 약점으로 지적돼 온 트리플 루프를 오랜만에 실전에서 구사하면서 '트리플 루프 거부감'에서 벗어난 일이다.

김연아는 대회를 마치고 나서 "트리플 루프실수를 했어도 시도 자체는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더 자신 있게 뛰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달 세계선수권대회를 겨냥해 트리플 루프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매 훈련 시간마다 트리플 루프를 시도했고, 대부분 깨끗하게 착지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완성의 단계지만 마지막을 2% 부족한 자신감을 채운다면 세계선수권대회 생애 첫 우승의 기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리플 플립 점프에 대한 심판들의 지나친 견제는 김연아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똑같은 점프를 놓고 대회 때마다 다른 판정이 나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지만 김연아는 "내가 더 정확하게 뛰어 앞으로 롱에지나 어텐션 마크가 불지 않도록 해야겠다"라고 담담한 속내를 밝혔다.

◇올림픽 적응도 완벽
9일 치러진 4대륙 대회 갈라쇼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연기를 앞두고 준비를 하던 김연아를 향해 "캐나다에서 브라이언 오셔 코치와 훈련하는 김연아"라고 소개해 캐나다 피겨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오셔 코치는 1984년 사라예보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두 대회 연속 남자싱글 은메달리스트에 올랐고,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캐나다의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 피겨 팬들은 오셔 코치에게 지도받는 김연아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김연아 역시 캐나다를 제2의 홈그라운드라고 말할 정도다.

이를 통해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현지 팬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남겨 놓게 돼 1년 후 든든한 현지 응원단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수확은 2010 동계올림픽이 치러질 퍼시픽 콜리시움에 대한 적응도 완벽하게 끝났다는 점이다.

아이스하키 전용경기장으로 설계돼 세로축이 ISU 규정보다 짧은 상태지만 김연아는 첫날 훈련부터 별다른 지장없이 적응을 끝냈다.

토론토 크리켓 빙상장의 규격도 세로축이 짧아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응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던 것.
더구나 세계선수권대회가 치러질 LA 스테이플센터 역시 세로축이 짧은 아이스하키 경기장이어서 김연아로선 마음 편하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