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장 노린 전문가 몰려

미국의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고 그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리먼은 각 사업부문이 해체돼 바클레이즈나 노무라 등에 팔려나가면서 청산 절차를 밟고 있어 머지않아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질 운명이다.

리먼의 파산 전과 비교하면 남아있는 직원들의 보수도 많이 줄었고 임직원에게 주는 혜택도 대부분 없어졌다.

하지만, 곧 사라질 리먼이 직원들을 대거 새로 뽑고 있고 여기에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리먼에 대한 관리는 뉴욕의 구조조정 전문업체인 '알바레즈&마샐'이 맡고 있다.

이 업체는 150명의 직원을 투입해 리먼의 잔여자산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리먼의 원래 직원중 130명이 아직도 급여를 받으면서 이 일을 지원하고 있다.

알바레즈&마샐은 또 예전에 리먼에 재직했던 직원 200명 이상을 추가로 채용했고 파생상품이나 부동산 지주회사 등 특정 영역에서 일할 직원들을 계속 뽑는 중이다.

리처드 풀드 전 리먼 최고경영자(CEO)도 아직 리먼에서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리먼의 CEO를 맡고 있는 알바레즈&마샐의 공동창업주 브라이언 마샐은 리먼의 자산에 관한 풀드의 지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다른 갈 곳이 없다면 남아달라고 그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력이 필요한 이유는 리먼의 자산정리작업이 빨라야 2년여가 걸릴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리먼은 아직도 현금만 7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123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1천400건 이상의 투자계약을 갖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 계약만 50만건이고 240억달러 규모다.

마샐은 지금부터 18∼24개월 내에 청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2년 내에 청산을 완료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월가에서 일자리를 잃은 금융전문가들도 리먼에 몰려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이들이 리먼에서 노리는 숨겨진 혜택이 바로 고용 보장이라고 보도했다.

리먼의 청산작업이 진행될 최소한 2년간은 요즘 월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용 보장이 제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수가 줄었고 리먼의 파산전과 비교하면 임직원에 대한 각종 혜택도 없어졌지만,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면서 대규모 감원에 나서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리먼은 시한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이다.

또 일부 직원들은 역사에 남을 리먼의 정리작업에 동참했었다는 경력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직원은 "현 상황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작업을 진행하면서 앞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 일련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