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에 싱글마켓 위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 유럽연합(EU)이 휘청거리고 있다.

"나 살기에 급하다"라는 생각에 일부 회원국에서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EU를 지탱하는 근간인 '싱글마켓(단일시장)' 체제가 위태로운 형국이다.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금융산업이 붕괴 위기에 몰리자 27개 회원국은 자국 은행, 보험사 살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개별 국가 차원의 구제안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일랜드로 6개 자국 은행의 예금자에게 무제한으로 예금지급을 보장하기로 함으로써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었다.

2천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때도 규모로 보나 '체질'로 보나 역내 최고의 경제 강국인 독일은 "왜 우리가 다른 회원국을 먹여 살려야 하느냐?"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부가가치세(VAT) 세율 인하 등에 반발한 바 있다.

다행히 금융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 대규모 경기부양과 관련해 EU는 타협을 통해 어느 정도 조율된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석유산업에 종사하는 수백 명의 근로자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출신 근로자 고용에 반대하면서 시위를 벌임에 따라 EU의 근간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는 1958년 1월 발효된 유럽경제공동체(EEC) 조약에서 이미 상품과 노동력,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이른바 싱글마켓 체제를 '뿌리'로 한다.

일부 후발 회원국 국민을 제외하고는 회원국 국민은 역내 어디에서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데 영국 노조원들이 이에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EU의 뿌리인 싱글마켓 체제를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파운드화 사용을 고집하고 셍겐조약에도 가입하지 않는 등 EU 통합에 회의적인 영국에서 타 회원국 근로자 고용에 반발하는 단체행동이 발생함으로써 문제가 심화할 우려가 크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피터 만델슨 기업ㆍ규제개혁 장관은 "영국 기업이 대륙에서 사업할 수 있듯이 대륙 기업들도 영국에서 사업할 수 있다"라며 "보호주의는 일시적 경기후퇴가 아닌 불황을 일으키는 큰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