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하면 떠오르는 말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저택 별장 등과 함께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용기가 아닐까 싶다. 로또라도 당첨돼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원하는 곳은 언제 어디든 바로 날아가는 상상은 잠시 우리를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용기는 그만큼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전용기는 흔히 세스나기로 불리는 경비행기부터 기업에서 사용하는 대형 비즈니스 항공기까지 크기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세스나기의 경우 대략 2억~3억원 정도부터 시작하고 BBJ로 불리는 보잉사의 비즈니스 제트기의 경우 1000억~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전 영화 홍보차 방한한 미국 배우 톰 크루즈는 전세기를 타고 왔지만 걸프스트림이라는 전용기를 갖고 있다. 타이거 우즈 등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애용하고 있는 이 전용기는 가격만 800억원에 달한다.

전용기는 누구나 한번쯤 타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때론 비극을 낳기도 한다. 컨트리 가수 존 덴버가 전용기 추락사고로 숨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US오픈 챔피언 골퍼 페인 스튜어트 역시 전용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전용기를 갖고 있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자칫 눈치없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다간 욕만 바가지로 듣기 십상이다. 지난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 최고경영자들이 전용기를 타고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청문회장에 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미국에선 전용기를 가진 부자들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 일반 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티모시 가이트너 신임 미국 재무장관이 씨티그룹의 전용기 교체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기업이 새 전용기를 사겠다는 건 모럴 해저드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미국에서야 전용기를 가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 모양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보유중인 삼성 LG 외에 1~2개 기업이 올해중 전용기 도입을 검토중이다. 시간 절약과 업무 효율이라는 면에서 전용기는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에 필수장비라고 한다. 좀 더 많은 우리 기업들이 전용기로 세계 하늘을 누비면서 국력을 키우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