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의 합병을 둘러싼 글로벌 트렌드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KT는 유.무선 통신사의 합병을 통한 조직융합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반면 SK텔레콤은 합병보다는 필수설비 구조분리가 선진국에서 통신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특히 선진국에서 유선 지배적 사업자가 이동전화와 합병한 사례는 미미하다며 "해외사례를 끌어들이는 것은 서로 무한정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김을 빼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KT-KTF 합병을 둘러싼 통신사간 논쟁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관전포인트다.

▲KT, "통합경영이 대세'= KT는 먼저 선진국들의 유선통신 사업자가 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이유로 유무선 통합경영을 시도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의 통신사들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했다.

이중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덴마크 등 11개국은 KT가 KTF를 합병하려는 것처럼 자회사를 흡수, 합병한 단일 기업이 유.무선 통신을 모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11개국은 유선 모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두 경우만 보더라도 유.무선 통합경영 사례가 OECD 국가의 3분의 2를 넘는다.

나머지 한국, 일본을 비롯한 7개국만이 현재의 KT-KTF 체제처럼 모회사가 100% 미만의 지분으로 이동통신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한국보다 지분율이 낮은 나라는 아일랜드 등 2개국에 불과하다.

KT는 현재 KTF의 지분 54.1%를 보유하고 있다.

KT는 이와 더불어 중국이 지난해 융합 환경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6개에 이르렀던 유.무선 사업자를 3개의 유.무선 통합사업자로 재편한 경우를 유.무선 통합경영의 또 다른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SKT "시내망 분리가 우선"= 반면 SK텔레콤은 선진국의 대다수 국가 유선지배적 사업자가 이동전화 사업자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을 뿐 이동통신사를 합병한 사례는 미미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유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사업자가 유선지배적 사업자와 대등한 유.무선 컨버전스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필수설비를 구조분리하는 것이 유럽 등의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아일랜드,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그렇다.

SK텔레콤은 "유선 독점사업자의 합병은 신규시장 창출보다는 독점설비를 통해 손쉽게 지배력을 전이시키고 유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여 경쟁사업자들의 혁신노력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통신업의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KT가 유.무선 합병 사례를 주로 들고 있다면, SK텔레콤은 통신주와 관로를 포함한 유선 가입자망(필수설비)의 분리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 영국의 유선통신 사업자인 브리티시 텔레콤(BT)이 M&A를 통해 이동전화 시장에 뛰어들기 보다 자신의 강점인 유선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WiFi(무선랜), WiMax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성장한 사례를 예로 든다.

▲서로 인용하는 이탈리아 경우는 = KT는 유.무선 1위간의 합병이 이뤄졌던 이탈리아의 경우를 대표적인 인용사례로 들고 있다.

2005년 6월 텔레콤 이탈리아(TI)의 무선 자회사였던 이탈리아 이동통신(TIM)을 합병, 융합형 기업구조로 조직을 전환함으로써 투자증가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유.무선 융합 서비스를 출시해 요금인하를 주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KT는 이탈리아 통신규제위원회(Agcom)가 TI와 TIM의 합병을 융합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별도의 합병인가 조건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TI의 구조분리에 주목하고 있다.

TI의 유선망에 대한 동등접근성과 비차별성 보장을 근거로, 또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의 요구로 지난해부터 중립성 강화를 위한 기능분리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KT-KTF 합병 신청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문단을 구성,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게 되면 이들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