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팀 = 한동안 잠잠하던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15일 국내 증시는 70포인트 이상 급락해 1,110선 붕괴 직전까지 갔으며 원.달러 환율은 44.5원이나 폭등하며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와 같은 최악의 금융위기는 지났지만,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국내 증시와 환율은 당분간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불안에 직격탄


이날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미국의 소매판매가 6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과 씨티은행 등 미 주요 은행들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산하면서 전날보다 250포인트 가량 급락했다.

유럽 증시도 영국 -4.97%, 프랑스 -4.56%, 독일 -4.63% 등의 하락세를 보였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뉴욕증시 급락과 실적 부진 우려로 주가가 새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연초 주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금리하락에 따른 유동성 랠리 기대도 여전해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환율이 치솟았고, 특히 외국인이 2천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조만간 1,400원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움직임에 따라 환율도 등락할 것"이라며 "경기침체 우려와 국내 기업들의 부실 및 부도확산 가능성 등으로 1,400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채권금리 급등


그동안 크게 떨어졌던 채권금리는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국고채권 3년물은 전날보다 0.20%포인트 오른 3.56%를 기록했고 5년물은 0.21%포인트 상승한 4.15%를 나타냈다.

AA-등급의 3년물 회사채 금리도 0.13%포인트 오른 7.38%, BBB-등급의 3년물 회사채 금리는 0.18%포인트 상승한 11.99%를 기록했다.

이날 채권금리는 미국 금융불안으로 글로벌 금융경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장 후반 들어 약세 분위기가 급격히 확산됐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급등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작년 12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고채 금리가 크게 떨어진데 대한 경계 심리가 해소되지 않고 있던 차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금리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연 2.98%로 마감했다.

CD금리가 2%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업어음(CP) 금리도 전날보다 0.17%포인트 급락한 5.00%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단기시장에 풍부한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CD와 CP 등으로 몰리고 있어 매물 품귀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움직임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당분간 미국 증시 동향 등에 따라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실적발표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기업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지수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당분간 미국 증시에 연동해 급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처럼 순간적인 충격으로 시장이 극도로 요동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금융시장이 이달 말 또는 내달 중순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쏟아져나오면서 최악의 금융위기는 지났고 경기도 완만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씨티 등 간판급 금융회사들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기업들도 일부 파산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위기의 2차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