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투자증권 ELS 100억 모집에 332억 '뭉칫돈'

주가 변동성따라 분할매수하는 오토시스템 펀드는 작년 지수등락때도 수익률 탁월

경기침체등 불안요인 여전 "추세 상승 어렵다" 시각도


"고객님,축하드립니다. 지난 8월에 가입한 ELS(주가연계증권)가 조건을 충족해 조기 상환됐습니다. "현대증권 도곡지점에 증권계좌를 개설 중인 이성근씨(38 · 가명)는 지난해 말 담당 PB(프라이빗뱅커)로부터 뜻밖의 '행복 콜'을 받았다. 작년 8월에 1억원을 청약한 ELS가 연 20.1%의 수익률로 4개월 만에 조기 상환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20% 정도 빠졌는데 원금에 수익금까지 준다니 그야말로 산타 할아버지 선물이 따로 없었다. 나흘 후에는 자신의 위탁계좌로 원금 1억원과 수익금 670만원이 들어와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이 ELS는 '현대히어로 ELS 310'으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스톡 스텝다운형'이었다. 가입 4개월이 된 시점에 이들 주가가 10% 이상 빠지지 않으면 조기 상환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기 상환의 기회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 얘기다. 아직 상당수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해 만기 전 주가가 회복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LS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급락한 후 된서리를 맞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 ELS 발행(공모 사모 합계) 규모는 6월 3조6447억원까지 불어났으나 9월 8836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11월에는 958억원까지 급감했다. 12월 1762억원으로 늘긴 했지만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냉랭하기는 마찬가지다. '원금은 손해보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입했다가 쓴 맛을 본 투자자들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부자 고객들 중심으로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를 엿보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역발상 투자 차원에서 뭉칫돈을 넣고 있다. 지난주 청약을 받은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청약 금액이 적어 발행 자체가 취소된 것도 있지만 'ELS 2284호'는 100억원 모집에 332억원이나 몰렸다. 기초자산이 삼성전자와 포스코로 국내 대표 기업인 데다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연 35.01%의 고수익을 챙길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 두 종목 주가가 현 수준에서 반토막만 나지 않으면 원금도 보장된다.

이 증권사 골드넛 멤버스 WMC의 정연아 부장은 "소수 고객의 큰 자금이 들어왔다"며 "ELS와 주식,채권,예금 등의 기대수익률과 위험을 따져본 후 이번 ELS의 높은 투자 매력에 고객들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송정환 현대증권 도곡지점 WM팀장도 "고액 자산가들 중 일부는 ELS로 손실을 보고 있지만 혹할 정도로 좋은 조건에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반등하며 변동성이 줄어들어 지난달 같지는 않지만 발행 조건은 여전히 좋은 편이다. ELS는 똑같은 구조라고 해도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은 시점에 발행하는 상품의 기대수익률이 높다. 작년 말 2년 만기 스탭다운형 ELS의 기대수익률은 최고 40%에 육박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최고 25~30%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작년 상반기에 비하면 크게 유리한 조건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장점이 부각되는 오토시스템 펀드도 부자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펀드는 주가의 변동성 범위를 예측,설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분할 매수하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분할 매도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지수 등락에 따른 연속 분할 매매를 통해 매매차익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펀드다.

오토시스템 펀드가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은 작년 4분기 지수가 급락한 후 1000~1200 사이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수익률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형 오토시스템 펀드 중 하나인 한국부자아빠연속분할매매고편입A주식혼W-1은 최근 3개월과 6개월,1년 수익률(8일 기준)이 각각 -2.50%,-7.69%,-15.81%로 주식형 평균인 -8.49%,-19.21%,-31.71%를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최근 1개월은 주가가 반등세를 타 각각 16.05%,19.77%로 좀 처진다. 상승 추세장에서는 상대적인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작년 말 시작된 글로벌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 정책 등이 올해 가시화될 수도 있지만 경기 침체나 기업실적 악화 등 불안 요인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는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락장에서 방어적인 오토시스템 펀드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