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알면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지구를 장악한 기계들은 자신들에 맞서는 존 코너의 탄생을 막고자 과거로 최첨단 로봇을 보내지만 실패한다. '타임 머신'에서도 약혼녀를 잃은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리지만 정황만 바뀔 뿐 애인은 죽고 만다.

영화와 현실은 다른가. 다들 미래의 운명을 알고 싶어한다. 입시나 취업,선거같은 불확실한 일을 앞두고 있거나 불안한 때일수록 더하다. 근래 들어 인터넷의 운수 관련 콘텐츠 이용이 급증하고,구직자의 60% 정도가 '점을 봤거나 볼 작정'이라고 답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좋다는 점괘가 나오면 위안도 되고 용기도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나쁘다고 하면 별 것 아닌 일도 악운 탓인가 싶어 한층 더 불안해지기 쉽다. 귀신이 나온다고 하면 어둠 속에서 발에 이불만 걸려도 귀신이라며 기절하는 식이다.

황당무계한 사기를 치는 사이비 무속인이 생겨나는 것도 그런 심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딸의 대입 상담차 찾아간 부인에게 남편한테 마귀가 들었다며 기도비 등으로 15억4800만원을 가로챈 무속인이 있는가 하면 30대 여성에게 기도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속여 수억원을 뜯어낸 무속인도 있다는 보도다.

수법은 죄다 비슷하다. 곧 죽는다거나 마귀가 씌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잔뜩 겁을 준 다음 남에게 얘기하면 뒷일은 책임 못진다는 식으로 입을 막고 각종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는 얘기다. 남이 보면 실로 기가 찰 노릇이지만 당하는 이들이 상당한 걸 보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은 듯하다.

점집을 찾는 건 불안이나 의혹 때문인 수가 많고 이는 대부분 자신감 부족과 불신 혹은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다. 진학이건 취업이건 시험 결과는 성실한 공부에 비례한다. 운(運)이 작용하고 따라서 때로 어긋난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면 언젠가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얻게 마련이다.

믿는 대로 이뤄진다고 하거니와 간절한 소망이 있으면 노력의 보답에 대한 믿음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 또 불안하고 의심스러우면 당사자 혹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털어놓고 의논하는 게 순서다. 정히 말하기 어려우면 직접 정성껏 기도하고.운명을 바꾸자면 오늘의 나를 변화시키는 게 먼저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