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설립한지 100년이 넘는 도자기 명가(名家)들마저 속속 무너지고 있다. 격식을 따지는 공식 만찬이 줄고 자유스러운 식문화가 확산된 것도 이들 도자기 명가의 퇴조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명품 도자기업체인 유럽의 워터퍼드 웨지우드가 4억4900만유로(7993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청산절차에 들어갔다고 더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웨지우드는 회계법인인 딜로이트를 청산인으로 지정하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지우드는 아일랜드증권거래소에 주식 거래의 중단을 요청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웨지우드는 '워터퍼드 크리스탈''웨지우드''로열덜튼' 등 도자기 및 유리잔 명품 브랜드로 유명하며,전세계에서 77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장도 600여개에 이른다. 1759년 설립된 웨지우드는 250년 동안 영국의 대표적 도자기 브랜드로 사랑을 받아왔다. 대부분 영국 가정들은 웨지우드 접시나 찻잔을 갖고 있을 정도다. 웨지우드는 1986년 아일랜드 크리스탈업체인 워터퍼드 크리스탈과 합병해 워터퍼드 웨지우드가 됐고,2005년엔 로열덜튼을 인수했다.

이에 앞서 1751년 설립된 영국 전통의 도자기 메이커 로열 워스터도 지난해 11월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신상품 판매 부진에다 저가 수입품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경영난을 겪자 일부 공장을 매각해 자금조달을 시도했지만 이 마저도 좌절됐다. 로열 워스터는 1789년 영국 국왕 조지 3세로부터 영국 도자기업체 가운데선 처음으로 '로열' 칭호를 받아 현재까지 왕실 납품업체로 지정돼왔다. 섬세하고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 '페인티드 후르츠' 등이 유명하다.

일본의 명품 도자기 식기업체인 노리타케도 올 3월 이전에 필리핀 현지 공장을 폐쇄하고 사가현 이마리 공장의 생산도 절반으로 축소키로 한 상태다. 19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식기 생산을 월평균 150만개에서 100만개로 30% 이상 줄일 방침이다. 일본내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에 시장을 뺏기고 있는데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도 경기침체로 판매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