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09 한국 증권·금융시장 9대 트렌드
올해 한국 증권ㆍ금융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한국경제TV가 국내외 예측기관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재야고수들의 전망을 모아 발간한 '2009년 대한민국 증권금융 트렌드'를 보면 투자자와 금융인들이 알아야 할 몇 가지 흐름(trend)을 짚어볼 수 있다.

먼저 각국이 앞으로 국정을 비상경제 체제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모기지 사태로 주요 국가의 국정 상황이 비정상적인 데다 경제부문은 어떤 분야보다 타격을 많이 받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 체제 하에서는 시장보다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고 민영화보다 국유화가 더 선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이 입을 맞춘 듯 뉴딜정책을 일제히 표방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뉴딜 성격의 재정 지출 규모는 세계 GDP의 12%에 이른다. 미국만 하더라도 1930년대보다 많은 재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케인스 학파와 혼합경제주의 부활 등 학계와 경제운영 방식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통화정책의 잣대로는 금리보다 양적 완화정책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는다고 내다봤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리되 △금리인상 예상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제로'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민간채권을 사거나 팔아서 유동성을 조절해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정책 하에서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유망지역과 유망산업이 바뀔 것으로 보는 점은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브릭스'보다 'ICK' 국가들이 더 유망할 것으로 지목했다. ICK는 인도 중국 한국의 영문 첫 글자를 따 만든 용어로, 한국이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금융 위기가 5부 능선이 지나면 그 이전까지 외자 이탈이 심해 주가와 통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던 ICK 국가들이 앞으로는 저가 메리트와 환차익 기대로 외자유입과 주가 간 '황금률(golden rule)'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자유망산업으로는 환경 분야를 일제히 꼽았다. 이달 20일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환경 분야에서만 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아폴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해 차기 성장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종전에도 1929년 대공황 이후 군수산업,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정보기술(IT),2001년 9·11 테러 이후 금융산업 등이 유망산업으로 부각됐다.

세부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업종이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 있다. 각국이 표방하는 비상경제 체제의 최대 목표인 신속한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허시만의 전ㆍ후방 연관효과(backward or forward linkage effect)가 높은 도로, 교량, 항만, 댐 등 SOC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구성원으로는 감독기관,전통적인 시중은행과 투자은행을 혼합한 형태의 CIB,고객인 투자자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모기지 사태 이전까지 감독 소홀 하에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웠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은 불가피하게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09 한국 증권·금융시장 9대 트렌드
금융상품은 최우선적으로 고객인 투자자들이 알 수 있는 단순한 상품일수록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대신 투자자 보호에 치중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개발자든,투자자든 간에 탐욕과 기대심리에 젖어 거품을 발생시키는 등의 모기지 사태 이후 다음 위기가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밖에 △엔ㆍ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80엔대가 붕괴될 가능성 △올해 말께는 재정적자 누적으로 국채발행이 급증돼 채권투자에 일대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부동산 경기는 2010년 이후에나 회복이 가능하다고 예상한 대목 등은 특히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