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용 선수 "몰아치기로 승부"

국내 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최혜용(19ㆍLIG)이 신지애의 빈자리를 메울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혜용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09년 시즌 개막전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으며 기대치를 잔뜩 높였다. 최혜용의 올해 목표는 다승왕.우승을 많이 하겠다는 것은 상금왕과 MVP 등 모든 것을 휩쓸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프로들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인 평균 최소타수상까지 차지하고 싶단다. 미국 투어로 진출한 신지애의 공백을 자신이 메우겠다는 포부다.

최혜용은 지난 시즌 1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2위만 6차례 할 정도로 불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가장 아깝게 우승을 놓친 것이 뭐냐고 묻자 "KB국민은행 4차투어 연장전에서 신지애 언니에게 패해 2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용은 신지애에 대해 "라운드를 같이 하다 보면 두살 많은 언니가 아니라 엄마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울 게 많고 닮고 싶다"고 털어놨다.

최혜용은 아마추어 시절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유소연(19ㆍ하이마트)과 '쌍두마차'로 활약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나란히 출전해서 유소연은 개인전 금메달,최혜용은 동메달을 땄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유소연은 항상 최혜용보다 앞서갔다. 프로에 데뷔해서도 유소연은 '데뷔전 우승'이란 '깜짝쇼'를 벌이며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신인상 경쟁에서도 줄곧 유소연이 앞서갔다. 동기인 오채아까지 시즌 초반 우승컵을 안자 우승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커져갔다. 첫승을 안기까지 2위만 3차례나 경험해야 했다.



최혜용은 "전 항상 라운드를 하면 이븐파 언저리에 머물러요. 하지만 소연이는 7언더파도 쳤다가 어느날은 7오버파도 치곤 했지요"라고 말했다. 화려한 플레이의 유소연에 비해 최혜용은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골프였다. 그러다보니 우승의 필수조건인 '몰아치기'를 잘하지 못했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3언더파 이상을 치지 못했다. 최혜용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무엇보다 자신있게 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연습라운드를 할 때 퍼팅도 지나가게 치고 과감하게 핀을 보고 공략하려고 노력했지요. 지난해 7언더파를 딱 두차례 기록했는데 모두 우승컵을 안았어요. "

최혜용은 경남 창원에서 증권회사에 다니던 아버지(최예운ㆍ49)를 따라 연습장엘 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아버지는 "혜용이가 우드를 잡고도 뒤땅을 안치는 것을 보고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혜용을 어린 시절부터 지도해온 한명현 KLPGA수석부회장은 "혜용이는 연습할 때 누구보다 가장 성실한 자세로 임했다. 연습하다가 '힘들면 골프를 그만두라'고 호되게 질책할 때 어드레스를 취한 자세로 땅바닥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오기어린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최혜용은 새해 첫날부터 호주에서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은 체력을 기르고 약점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아이언샷이 많이 부족해요. 또 체력이 떨어지면 치고나서 지나치게 '역C자' 형태를 취하면서 스윙을 만들어 치곤 하는데 체력을 길러 이를 보완하고 싶어요. "

최혜용은 2월 초 호주에서 열리는 ANZ마스터스와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해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이 통할지를 가늠해보게 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