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된 지 곧 한 달(1월3일)이다. 그러나 C&중공업은 그 새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기업을 살리려고 시작한 것이 워크아웃이고 성공적인 워크아웃을 이끌어 내려면 신규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정작 워크아웃을 준비 중인 채권금융사들이 지원을 미루면서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그 사이 선박 인도 지연 페널티가 하루 1만6000달러씩 쌓이고 있고, 다 만든 배를 바다로 옮길 플로팅 도크 확보도 어려워지는 등 회사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선수금 환급보증서(RG) 보증이 총 채권의 51%에 달하는 만큼 신규 자금 공급 규모도 가장 커야 한다는 게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 측 요구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무담보 채권인 RG 보증 채무를 대출 채권과 같이 취급해 신규 자금을 절반 이상 공급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한다. 메리츠화재는 30일 C&중공업에 신규 자금을 주진 못하겠지만 자금 지원을 하는 채권은행이 향후 손실을 입을 경우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수정 제안을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은 메리츠화재의 신규 자금 지원이 없다면 워크아웃을 중단할 수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워크아웃에 들어간 C&중공업의 상황이 이런데도 채권단의 이견을 조정해야 할 '채권금융회사 조정위원회'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위원장을 빨리 선임하겠다"고 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오리무중이다. 은행과 기업을 동시에 잘 아는 인사가 의외로 많지 않은 데다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다른 결격 사유가 드러나 선임이 쉽지 않다고 한다. 시중 은행 부행장을 지낸 인사가 급부상하고 있는 정도다.

C&중공업의 워크아웃은 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실 기업을 털어내는 것은 수많은 인력을 잘라야 하는 힘겨운 작업이지만 살아남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기도 하다. 자금 지원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그 작업이 채권금융회사 간 이견으로 지지부진할 경우 채권금융회사 조정위원장이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험난한 작업은 금융당국의 능숙한 손길 없이는 불가능하다. 뾰족한 해결책 없이 연말이 가고 있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