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공없는 C&重 워크아웃
메리츠화재의 선수금 환급보증서(RG) 보증이 총 채권의 51%에 달하는 만큼 신규 자금 공급 규모도 가장 커야 한다는 게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 측 요구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무담보 채권인 RG 보증 채무를 대출 채권과 같이 취급해 신규 자금을 절반 이상 공급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한다. 메리츠화재는 30일 C&중공업에 신규 자금을 주진 못하겠지만 자금 지원을 하는 채권은행이 향후 손실을 입을 경우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수정 제안을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은 메리츠화재의 신규 자금 지원이 없다면 워크아웃을 중단할 수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워크아웃에 들어간 C&중공업의 상황이 이런데도 채권단의 이견을 조정해야 할 '채권금융회사 조정위원회'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위원장을 빨리 선임하겠다"고 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오리무중이다. 은행과 기업을 동시에 잘 아는 인사가 의외로 많지 않은 데다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다른 결격 사유가 드러나 선임이 쉽지 않다고 한다. 시중 은행 부행장을 지낸 인사가 급부상하고 있는 정도다.
C&중공업의 워크아웃은 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실 기업을 털어내는 것은 수많은 인력을 잘라야 하는 힘겨운 작업이지만 살아남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기도 하다. 자금 지원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그 작업이 채권금융회사 간 이견으로 지지부진할 경우 채권금융회사 조정위원장이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험난한 작업은 금융당국의 능숙한 손길 없이는 불가능하다. 뾰족한 해결책 없이 연말이 가고 있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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