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대목 판매 사상최악…美ㆍ英 업체 감원ㆍ점포폐쇄 잇따라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연중 최대 대목인 연말 소매판매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선 유통업체들의 파산이 줄을 잇고,상당수 업체들이 점포를 폐쇄하거나 감원 및 재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업계 다음은 소매업'이란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마스터카드 계열 조사업체인 스펜딩펄스를 인용,11월1일부터 12월24일까지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전국소매판매자연합회는 이 기간 중 소매판매가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소매판매가 위축된 것은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꺾인 데다 폭설을 동반한 겨울 태풍으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지 않은 결과다. 생존을 위한 공격적 할인 공세도 더 싸게 쇼핑을 하려는 욕구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매출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연간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연말 연휴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소매 체인점들의 파산신청 또는 매장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파산보호 결정을 받고 영업 중인 구디스패밀리클로딩은 판매가 계획 목표를 밑돌아 청산 위험에 놓였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나 파산전문 변호사들은 내년 초 소매업계의 대규모 파산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전체 소매업체 중 10~26%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미 파산법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국제쇼핑센터협회는 연말까지 미국서 총 14만8000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내년에는 상반기에만 7만3000개의 점포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시간주 소재 컨설팅업체인 앨릭스파트너스는 "그동안 자료를 축적해온 대형 소매업체 182곳 중 약 25.8%가 내년 또는 2010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이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영국 소매업체들도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생필품 소매 체인인 울워스를 시작으로 가구업체 MFI,차 전문 체인 위타드 오브 첼시,남성복업체 오피서스 클럽,음반업체 자비 등 소매업체들이 연말을 못 넘기고 청산을 신청했다. 지난달 청산절차에 들어간 100년 역사의 울워스는 내년 1월5일까지 전국 815개 매장을 모두 폐점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 3만명도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

44년 역사를 가진 가구업체 MFI도 지난달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128년 동안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차 전문 체인인 위타드 오브 첼시는 청산절차에 들어간 후 지난 23일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남성복업체인 오피서스 클럽도 23일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를 통해 청산절차에 들어갔으며,150개 매장 중 32개가 곧 폐점될 예정이다.

음반업체인 자비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4일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에 청산절차를 의뢰했다. 자비는 전국에 125개 매장을 갖고 있고,3400명을 고용하고 있어 파산시 대규모 실업이 예상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유병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