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황제'였던 김택수(38) 대우증권 총감독과 한때 `핑퐁 여왕'으로 군림했던 현정화(39) 한국마사회 감독이 탁구 팬들에게 기분 좋은 탁구 쇼를 보여줬다.

28일 낮 12시 경기도 안양 호계체육관 3층 탁구장.
이곳에서는 `2008 불우이웃돕기 자선 탁구대회' 이벤트로 김택수 감독과 현정화 감독간 이색 성(性) 대결이 펼쳐졌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김택수 감독과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단식 우승 쾌거를 이뤘던 왕년 스타간 맞대결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체육관을 찾은 팬들도 플로어로 내려와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이벤트를 위해 하루 2시간 가까이 훈련해왔던 김 감독과 현 감독은 오랜만의 실전 경기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경기가 시작되자 금세 특유의 승리욕을 드러내며 불꽃 튀는 랠리를 펼쳤다.

김 감독이 4점을 잡아주고 0-4부터 시작한 경기에서 현 감독이 먼저 공세를 시작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데도 호리호리한 몸매인 현 감독은 김 감독의 범실을 유도하며 6-0으로 달아났다.

호쾌한 드라이브를 자랑하는 김 감독도 반격하며 연속 득점해 추격에 불씨를 댕겼다.

하지만 현 감독이 7-5에서 대각선 스매싱으로 김 감독의 허를 찔러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1세트는 현 감독의 11-6 승리.
김 감독도 2세트 들어 특유의 드라이브가 살아나며 현 감독을 압박, 5-5 균형을 맞췄고 랠리 중 라켓을 등 뒤로 돌려 두 차례 공을 받아내는 동작으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7-6 리드에서는 펜스 밖으로 나가 현 감독의 롱스매싱 공격을 받아내며 득점해 팬들의 힘찬 박수까지 받았다.

2세트는 김 감독이 11-8로 가져갔다.

김 감독은 3세트 초반 체력이 떨어진 현 감독을 몰아붙여 6-6 동점을 만들었다.

현 감독은 체력 저하에도 완급을 조절하는 특유의 두뇌 플레이로 김 감독을 파고들었고 10-10으로 듀스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11-10으로 앞서고도 서브를 일부러 실수하는 동작을 했고 현 감독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대각선 구석을 찌르는 스매싱으로 연속 두 점을 따내 13-11 승리를 낚았다.

현 감독의 세트 스코어 2-1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현 감독은 "김 감독이 신경전에 집중하느라 경기에 진 것 같다.

둘 다 기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웃고 나서 "이런 대회를 자주 해 경제 위기로 힘든 국민에게 위로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이길 수 있었지만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국민에게 받기만 했기 때문에 이제는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가 됐다"며 자선 대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현 감독은 이날 애장품 경매 행사에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우승 후 선물 받았던 자신의 흉상이 들어 있는 기념패를 내놨고 김 감독은 35만원 상당의 `김택수 라켓'을 기증했다.

김 감독의 라켓은 최고 경매가인 7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로 얻은 220만원과 대회 참가비 등 총 2천여만원을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또 다른 이벤트로 인기 만화가 이현세씨와 여자 대표팀 에이스 김경아(대한항공) 간 대결과 민주당 국회의원인 신학용 의원과 유승민(삼성생명), 태권스타 차동민과 박미영(삼성생명) 간 경기가 진행돼 탁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안양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