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건설사 상당수가 C,D 등급"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본격화 방침에 따라 경기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 및 조선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금융당국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업종별 신용위험을 평가해 기업을 정상(A),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징후(C), 부실(D)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D등급 판정을 받은 기업에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건설업체의 경우 대주단 협약에 따라 채권단의 채권행사가 유예됐더라도 D등급을 받을 경우 퇴출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금융업계는 금융당국의 신용위험 평가 기준이 어떻게 결정될 지에 주목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집중 관리 대상에 편입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건설사와 조선사 중에서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인 150여 개 건설사와 수출 선박을 건조하는 26개 중소 조선사 중에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신용위험 우선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어떤 기업들이 최종 부실 대상 리스트에 편입될지 주목된다.

◇ 조선.건설 퇴출 기준은
25일 금융당국과 금융.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TF를 통해 연말까지 건설사와 조선사의 업종별 신용위험평가 기준과 세부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건설 및 조선업종의 특성과 전망을 고려해 신용위험 평가기준을 만들고 주채권은행이 유동성 애로에 직면하거나 경영 악화가 예상되는 업체에 대해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우선 은행들의 기업촉진법 기본지침을 적용한 기업 신용평가 모델을 보면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 등의 재무부문의 점수와 영업위험, 경영, 해당산업의 성장성, 경기변동에 따른 민감도 등을 반영한 비재무부문 평가 결과를 점수화해 등급을 나누거나 각 항목별로 등급을 매긴뒤 최종 등급을 매긴다.

다만 건설사의 경우 아파트 미분양, 주택경기 침체 지속 여부에 따라 건설업체가 감내할 수 있는 능력 등 예기치 못한 위험 요인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경우 지원하면 살아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우발채무에 해당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포함한 수정부채비율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정부채비율은 총부채와 PF우발채무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시장에서는 건설사의 신용 위험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 기준이 부채비율 200%였으나 PF대출이 우발채무인 점을 고려해 300% 정도를 적정 기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기준은 시장을 설득하기 쉽고 속도가 빨라야 하며 되돌림을 막을 수 있는 등의 단순, 명쾌해야 한다"며 "퍼주기식의 위장 구조조정은 안 된다"고 말했다.

◇ '빨간불' 건설.조선사 40여 곳
금융당국, 금융.증권.신용평가업계가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영업이익, 성장성 등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유동성 악화로 부실징후나 부실 등의 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건설사와 조선사 수는 각각 20여개씩 총 4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이 중 퇴출 대상인 D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큰 건설사와 조선사 수는 각각 10개사, 6개사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건설업의 경우 A증권사는 건설사들의 부채비율 등을 기준으로 부실 위험성을 보수적으로 전망해본 결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관련 우발채무를 포함한 수정부채비율이 1,000%를 웃돌아 긴급한 관리가 필요한 건설사 수가 10여 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B신용평가사는 100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현금흐름, 자산가치, 부채비율 등을 평가해본 결과 20여 개사가 문제 기업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 1년 간 채무상환을 유예받은 36개 건설사들 중에서 상당수가 C~D 등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급여를 주지 못할 정도로 운영자금이 없거나 현장 공사가 중단됐다고 알려진 곳들은 앞으로도 심각하게 자금난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조선업체에 대해서는 수주잔고 기준으로 세계 150위권에 포함된 30개 국내 조선업체들 중에서 20개사가 구조조정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 3개 계열사 등 10위권 내 조선업체들을 제외한 20개사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주로 2005년 이후에 설립된 조선사 중에서 6개사가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수주잔고 기준 글로벌 순위 50~60위권에 포함된 C&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해놓은 상태이며, D조선도 유동성 악화로 추가 설비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건설사 상당수 유동성 애로..신생 조선업체도 흔들
현재 은행들은 상당수 건설사들이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도 시공능력 1위인 대우건설을 포함해 총 34개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A은행의 경우 대주단 가입 건설업체 중 6개 중소 건설사는 등급이 낮아 자금 수혈 없이는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다수 중소형 건설사가 부실하기 때문에 퇴출될 소지가 있다"며 "자금지원을 하더라도 구조조정 방안이 미흡하면 경영권 박탈 등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자산매각이 타업종에 비해 수월하고 사주가 개인이어서 유상증자 여력이 있는 곳들도 많아 외환위기 때도 무너지는 곳은 많지 않았다"며 "정부가 퇴출보다는 회생에 더 무게를 두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3~4개를 제외한 대다수 건설사들은 B나 C 등급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권은 조선업계 역시 상당수가 운명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C&중공업 외에 D조선, K조선 등 신생 조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집중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005년 이후 새로 생긴 조선사들은 갑자기 경기가 악화하는 바람에 운전자금도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이달 초 워크아웃에 들어간 C&중공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중공업 채권단은 지난 3일 워크아웃을 개시했지만 채권액 비중이 51.5%인 메리츠화재가 긴급자금 지원액 150억원 중 76%가량을 부담하기를 꺼리면서 실사단 구성 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이 2월13일까지 채권행사를 유예키로 했기 때문에 29일 자금지원안이 부결되더라도 워크아웃이 종결되지는 않겠지만 실사 이후 시설자금 1천450억원과 8억7천500만달러(약 1조원)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대한 갈등으로 워크아웃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C&중공업은 과거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용으로 1천600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대부분 신규 조선소 설립 등에 투자했다"며 "대부분 채권단이 담보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 채권금융기관인 메리츠화재가 자금 지원을 거부한다면 워크아웃 지속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조선업종을 하반기 들어 우선지원업종에서 선별지원업종으로 강등한 데 이어 12일부터 특별관리업종에 등재했으며 조선업과 관련된 일부 철강업종은 선별지원업종으로 올려놨다.

대출액이 선별지원업종은 10억 원 이상, 특별관리업종은 5억 원 이상이면 영업점장 전결이 불가능하며 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