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지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부동산 투자자들은 요즘 '장기 휴직' 상태다. 올초만 해도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하반기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예상보다 늦어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월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시장은 오히려 더 얼어붙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고점 대비 30~40%가량 떨어진 아파트 매물들이 즐비하지만 매수세를 찾기 힘들다. 경기도 광교신도시 등 '블루칩'으로 평가받았던 신규 분양 아파트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나올 정도다. '시계 제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은 갈 길을 못찾고 있다.

손경지 하나은행 PB영업추진본부 부동산팀장 역시 현재는 부동산 투자를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고려할 때 아직은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에서다. 또 수요 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최근의 저금리 기조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집값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10~15% 정도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손 팀장은 전망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부동산 투자를 위해 언제 지갑을 열어야 할까. 손 팀장은 2010년께 거시경제 회복 기조를 전제로 "장기 실수요자라면 내년 하반기 서울 서초구 반포.잠원동,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준(準)프라임' 지역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적어도 저점이거나 저점에 가까워졌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반포.잠원.잠실동은 주변 재건축 아파트가 올해와 내년 대규모로 입주해 공급에 따른 가격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향후 이 같은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잠실동 일대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잠실동에서는 지난 7월 잠실주공 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리센츠' 5563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8월 잠실시영 재건축 '파크리오'(6864가구),9월 주공 1단지 재건축 '엘스'(5678가구) 등 1만8000여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또 반포동에서는 이달 반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 3410가구가 입주를 시작했고,내년 7월에는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인 '래미안퍼스티지' 2444가구가 완공된다.

손 팀장은 부동산 포트폴리오도 '알짜 주택' 1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빌딩을 소유한 부유층의 경우에는 '1주택 1빌딩'을 추천했다. 부동산 불경기에 '다운사이징'의 의미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앞으로 지역 및 종류별로 우량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 간에 양극화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제상으로 1세대 1주택이 유리해졌다는 점도 추천 이유다. '9.1 세제 개편안'에 따라 지난 10월7일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범위가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또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세율이 현재 9~36%에서 내년 1월1일부터는 6~33%로 낮아지고 과세표준 구간도 하향 조정된다. 장기보유 특별공제율도 현행 연 4%에서 연 8%로 확대돼 10년 이상 보유시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손 팀장의 PB 고객들도 대부분 주택,빌딩 각각 핵심 우량 물건 1~2개로 줄여 나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강남권 외곽에서 중.소형 빌딩 3~4채를 갖고 있던 고객들이 이를 정리하고 강남 테헤란로 등에 빌딩 한 채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로는 위례(송파)신도시를 추천했다. 손 팀장은 "향후 도심 회귀 현상 등의 도래를 고려할 때 '인(in)서울'의 메리트가 더욱 커질 것 같다"며 "다른 신도시에 비해 서울,특히 강남권에 대부분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의 장점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분양가에서도 위례신도시에 높은 점수를 줬다. 송파구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이 3.3㎡(1평)당 평균 1600만~2000만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례신도시 예상 분양가(1300만~1400만원)는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것.부동산 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위례신도시가 속한 송파구 장지동의 3.3㎡당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달 현재 1786만원,거여동은 1631만원이고 인근 문정동은 2024만원이다. 다만 위례신도시 분양가가 실제 분양 시점에서 높아질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례신도시 분양 시기가 2010년 이후로 늦다는 점도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메리트라고 손 팀장은 분석했다. 당장 내년 초 선보이는 판교신도시의 마지막 아파트나 광교신도시의 후속 분양 아파트도 입지 등의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투자 시기로는 좋은 여건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손 팀장은 상가는 경기 영향에 강하게 휘둘리는 만큼 내년에도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제할 것을 권했다. 다만 배후 수요가 많은 택지지구의 단지 내 상가는 내년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오피스텔은 강남권이나 마포구 등 역세권의 분양면적 50㎡(약 15평) 이하 소형 물건을 추천했다.

손 팀장은 부동산금융 분야로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석사를 따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동산개발 업체에서 2년 동안 일하다 2007년 하나은행에 입사,PB영업본부 부동산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글=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사진=임대철 인턴기자 phot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