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지역 투기지역 해제를 놓고 정부 내 소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6일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방침이 알려졌으나, 17일 기획재정부는 대변인 명의로 "투기지역 해제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동수 재정부 1차관은 직접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강남 3구는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고, 다른 지역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 왔다"며 "현 단계에서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투기지역 해제 권한이 재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다.

그러나 18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부동산 투기를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라 자산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때"라며 국토부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루만에 뒤집었다. 국토부 장관에게 관련 대책을 책임지고 만들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최근 혼선에 대해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워낙 바빠 실무자들과 의사소통을 제 때 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차관의 전날 발언을 볼 때 차관과도 소통되지 않았음을 드러낸 셈이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국토부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주무과장은 지난 17일 "투기지역 해제와 관련돼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가 없으며, 대통령 업무보고에 들어갈 지 여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정책에 민감하며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정부의 일관되고 조율된 입장 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6년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장관은 부처 간 사전 협의 없이 신도시 신설 방안을 언급했다가 결국 사퇴에까지 이른 바 있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부라면 실무진에서 검토를 한 후 윗선에서 결정해 오픈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책의 수용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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