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원 보석허가에 `당혹'...천 지지세력 `공정한 재판' 촉구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지난 12일 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7개월 가량 대만 정국을 달군 `천수이볜 부패 스캔들'은 법정으로 공이 넘어갔다.

대만검찰 특별조사팀은 거액의 국무기요비(국가기밀비)를 횡령하고 뇌물을 챙겨 해외에서 돈 세탁을 한 증거가 확실하게 확보돼 있는 만큼 천 전 총통이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대만과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특별조사팀은 총 209쪽 분량의 기소장을 통해 천 전 총통이 국무기요비 횡령, 뇌물수수 등을 통해 확보한 거액을 해외로 보내 돈세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별조사팀 관계자는 천 전 총통을 기소하면서 "검찰은 당장은 비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낮에 일해야 하며 어둠(부패)을 몰아내야 한다"며 이번 기소의 역사적 의미를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 전 총통에 대한 재판을 정치적인 문제로 몰고가려는 민진당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경고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천 전 총통이 전혀 뉘우치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만큼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언론들은 검찰이 징역 3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천 전 총통을 법정에 세우는대는 성공했지만, 아직 그의 유죄를 확정지으려면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만 법원은 13일 새벽 횡령 혐의로 기소된 천 전 총통에 대해 보석을 허가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검찰은 기소 결정 뒤 10시간여만에 나온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친(親) 민진당' 성향의 언론들도 일제히 법원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천 전 총통 지지세력도 다시 결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빈과일보는 "이번 재판은 대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라면서 철저한 증거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촉구했다.

`자유시대'도 사설을 통해 "천 전 총통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오직 증거에 달렸다"면서 "법률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는 무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천 전 총통은 검찰 기소 직후 "변호인, 민진당원,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감사한다"면서 "그들의 성원 때문에 32일 동안 힘들고 외로운 수감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