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 1년도 안 돼 반토막 이하로 곤두박질친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을 울리거나 웃긴 다양한 기록이 쏟아졌다.

한국증시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 편입이나, 10년국채선물, 주식선물, 돈육선물 상장 등 자본시장 성장 가능성을 예고하는 일도 있었지만 코스피지수 1,000, 코스닥지수 300 붕괴, 공매도 금지, 외국인 순매도 사상 최고치 경신 등 우울하고 충격적인 사례가 훨씬 많았다.

다음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주요 사건ㆍ사고이다.

▲ 코스피지수 1,000 코스닥지수 300 붕괴 = 10월 24일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지수 1,000선과 코스닥지수 300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코스피지수 1,000선 붕괴는 2005년 6월 30일 이후 처음이고 코스피지수 300선 추락은 사상 처음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이후 사흘간 폭락해 10월 27일에는 올해 최저점인 892.16을, 코스닥지수는 10월 28일에 최저점인 245.06을 찍었다.

▲ 주식 공매도 전면 금지 = 각국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하자 우리나라도 보조를 맞췄다.

금융위원회가 10월부터 공매도 전면 금지에 나선 것이다.

이 조치는 국내 증시의 반등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지수 하락폭을 줄이는 데는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금지조치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 지수 폭락·폭등 폭, 변동성 사상 최대 = 올해 증시의 변동성이 사상 최대로 커지면서 코스피지수의 폭등과 폭락, 변동성 기록이 경신됐다.

코스피지수는 10월 16일 전날보다 126.50포인트 떨어져 사상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달 29일 코스피 지수의 장중 변동폭은 사상 최대인 158포인트로 집계됐다.

같은달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5.75포인트(11.95%) 오른 1,084.72에 마감, 기존 사상 최대 상승률인 8.50%(1998년 6월17일), 상승폭인 93.20포인트(2007년 8월20일)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 미네르바 예언 핫이슈= 정부의 다양한 경기부양책에도 코스피지수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자 한국 경제의 앞날을 극도로 비관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논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대됐다.

미네르바는 올해 여름부터 다음 아고라에 한국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위험을 경고하는 200여편의 경제논평을 5개월여에 걸쳐 올려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것.
리먼 브러더스 파산, 원·달러 환율 1천500원 돌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의 전망이 비슷하게 맞아떨어지자 다른 예견인 집값 반토막과 코스피지수 500선 붕괴의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커졌다.

증시분석가 출신으로 추정되는 미네르바가 증권사에 근무했다고 시인하면서 그의 정체를 둘러싼 소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 증권사 지수전망 헛방에 망신살 = 작년 연말에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이 완전히 빗나가 그 어느 해보다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

15개 주요 국내외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저점과 고점으로 평균 1,753과 2,220을 작년 말 제시했다.

이는 연중 장중 저점(10월27일 892.16), 고점(5월19일 1,901.13)과 최고 97% 차이가 난다.

저점 예상치는 실제 저점보다 2배나 높았다.

증권사들은 중국경제의 급락과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게 최대 화근이었다며 지수를 전망할 때는 지수 자체보다는 큰 추세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8개 증권사 신설로 경쟁 격화 = 7월부터 IBK투자증권, 한국SC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토러스증권, LIG투자증권, ING증권중개, 애플증권중개, 바로증권증개 등 8개 신설증권사가 영업을 개시함으로써 국내 증권사는 62개로 늘어나 경쟁이 격화됐다.

하지만, 장세가 안 좋아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부진하기 그지없다.

KTB투자증권을 제외한 모든 신설증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은 물론 10대 증권사들의 4∼9월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66%나 줄었다.

▲ 최진실 자살 후 증권가 메신저ㆍ찌라시 위축 =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을 몰고 온 `사채업 괴담'의 진원지로 여의도 증권가가 지목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최씨가 숨진 안재환씨에게 거액을 빌려주고서 이를 받지 못하자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결국 안씨를 자살로 내몰았다는 내용의 악성 루머가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와 메신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 루머를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증권사 여직원 A씨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9월 위기설'과 함께 악성 루머에 증시가 급락한 데다 최진실씨 자살사건마저 터지자 금융당국은 개인의 메신저까지 모두 검사하겠다고 해서 한 때 메신저와 찌라시를 통한 정보유통이 위축됐다.

▲ 외국인 순매도 사상 최고치 경신 = 올해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액수는 10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33조9천588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조2천972억원으로 작년 유가증권시장(24조7천117억원) 코스닥시장(887억원 순매수)에 비해 늘어 연간 순매도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는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연간 순매도액 기준 최대치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