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지원책 무산에 실망…"1,000선은 지킬 것"

증권팀 = 미국 3대 자동차업체에 대한 구제법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된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중단되고 매도 공세가 재개되는 등 `빅3' 지원 무산의 후폭풍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지만 코스피지수 1,000선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0.60포인트(4.38%) 급락한 1,103.8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미 증시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 확대 호재로 선방하던 지수를 이날 끌어내린 것은 바로 낮 12시께 들려온 미 자동차 구제법안 부결 소식이었다.

미 상원의원들은 자동차업체 구제법안을 놓고 자동차업체, 전미자동차노조(UAW) 등과 함께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노동자 임금을 일본 수준으로 삭감하라는 공화당의 요구를 노조 측이 거부해 표결이 좌절됐다.

증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빅3 구제법안 논의가 신속히 재개되지 않고 불확실한 상태로 새 행정부의 출범을 맞는 것이다.

미 상원 은행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은 "자동차 구제에 대한 의회의 논의는 끝났으며 이들의 구제를 위한 재무부 기금 사용 여부는 헨리 폴슨 장관이 결정할 몫이다"고 말했다.

이는 임기가 두달도 남지 않은 부시 현 행정부 내에서 이 법안을 다시 의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전략팀장은 "부시 대통령이 특단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내년까지 갈 수밖에 없는데,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고 여론도 안 좋아 부시가 특단의 결단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최대의 수급 악화 요인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연속 순매수에 나서 6천억원 이상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전날 순매도에 이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지금 자신들의 집에 난 불을 당장 꺼야 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 등 해외 신흥시장에 투자할 여력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 재개는 바로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재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날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 확대 소식에 급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구제법안 부결 소식에 바로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14원 상승한 달러당 1,372.5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제법안 부결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설할 필요는 없다며 코스피지수 1,000선 지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구제법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빅3'의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차피 큰 호재로 작용하긴 힘들었다"며 법안 부결이 패닉을 불러올 만큼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자동차 구제법안 이외의 다양한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그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1,000선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