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으려고 각종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가며 수 천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미국 경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악화되기만 했다.

미국 소매업체의 판매는 35년래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고 자동차 업체의 판매도 25년 만에 가장 열악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이 6.7%까지 치솟으면서 제조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악화일로를 걷는 각종 지표를 고려하면 작년 12월에 시작된 미국의 이번 경기침체가 2차대전 이후 가장 길고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발표되는 지표들을 보면 경기침체 진입 후 11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침체는 이제 겨우 가장 혹독한 국면에 진입했을 뿐이며, 전문가들은 고통이 조만간 끝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조사·전망업체인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버나드 버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겐 경기가 앞으로 6∼12개월간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뭔가 희망적인 것이 보이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도 전날 NBC 방송의 '언론과의 만남' 프로그램에서 경기부양책이 경제를 움직이게 할 만큼 충분히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도 "사태가 호전되기 전까지는 점차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53만3천명이 실직하는 등 근로자들의 실직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경제의 최대 성장엔진인 소비지출의 감소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과거의 자료를 분석하면 업계가 다시 성장세를 보이기 전까지 수 백만 명이 더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여 최악의 실업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1981년 12월과 1982년 1월에 급격한 일자리 감소를 경험했는데 1982년 7월에 또다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는 등 10개월 내에는 고용시장이 안정되지 않았다.

또 1974년에도 이와 비슷한 고용시장의 패턴이 나타났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1년치와 맞먹는 규모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바이든 미 부통령 당선인의 수석경제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레드 번스타인은 "실업률이 내년 말까지 두자릿수로 상승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초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나와도 내년 5월까지는 완전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경기침체가 16개월간 이어지는 것을 의미해 전후 최장의 침체였던 1975년, 1982년의 기록과 맞먹게 된다.

투자전략가인 에드워드 야데니는 "지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짧고 심하지 않은 침체라는 게 그럴듯한 시나리오였지만, 이후 그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게 분명해졌다.

"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