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7일까지 7100억원 삭감 잠정 합의
부처ㆍ지자체 "한푼이라도 더 받자" 로비 치열

새해 예산안 조정을 둘러싼 여야의 피말리기 게임이 시작됐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산하 계수조정소위에서 내년 예산안의 세부내역 조정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다. 각 부처의 예산지키기 로비전도 뜨겁다.

◆원안 통과 vs.7조원 삭감


민주당은 정부예산에서 7조30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에서 실제 고용효율이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3조원,법적 근거가 미흡한 사업 1조6000억원,집행부진 예상사업 8000억원 등을 깎겠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취약계층 지원,대학생 등록금 지원 등 복지 및 실업난 극복 관련 예산 6조원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국토해양위 관련 SOC 예산이 집중 논의된 7일 회의에서는 치열한 여야 공방이 펼쳐졌다. 민주당은 고용효과가 떨어지는 대형 사업은 진행할 필요가 없다며 5+2 광역경제권 관련 예산과 4대강 정비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한나라당은 대운하가 아니라도 하천준설은 필요하고 진행사업에 예산을 투입해 고용을 빨리 늘릴 수 있다고 맞섰다.

이날까지 진행된 계수조정에서는 경제자유구역 도로사업 예산이 정부안보다 130억원 감액되는 등 7100억원 안팎의 삭감이 잠정 결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관련 예산도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00억원 깎였다. 여야간 입장차가 가장 큰 국토해양위 관련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8일 마무리되면 총 삭감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막바지 로비전도 치열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의 '로비'도 점입가경이다. 계수조정에 참여하고 있는 각 의원실은 삭감된 예산을 살리려거나 상임위를 거쳐 예결특위로 올라온 예산을 지키려는 공무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동료 의원들로부터도 '지역구 사업을 봐달라'는 민원이 이어져 몇몇 소위 의원들이 전화기를 아예 꺼버렸다.

A 의원은 "장ㆍ차관을 비롯해 하루 수십여곳에서 '단 5분 만이라도 만나달라'고 한다. 친척과 동문까지 들먹이는 통에 인간 관계가 훼손될까 염려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B 의원의 보좌관은 "하루 종일 민원을 받고 저녁에 의원에게 보고할 것을 분류하다보면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하다"면서 "최근에는 화장실에서 갑자기 명함과 서류를 건네며 자기 부처의 사정을 하소연하는 공무원도 있었다"고 했다.

충청남도는 국회 앞 오피스텔을 빌려 '국비확보 캠프'를 설치,전담 공무원 2명을 배치해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경남의 C시는 시장이 직접 나서 의원들을 만나고 지역 특산물을 선물하는 등 올인하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최근 지역 의원을 상대로 초청 간담회를 열고 주요 사업 관련 예산의 증액을 요구했다.

이준혁/노경목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