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세율로 부과되는 재산세의 문제점이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종부세 최고세율은 공시가격의 3%로 매우 높은 반면 재산세 최저세율은 0.1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과표적용률이 55%에 불과하다.

지난해 주택분 재산세 과세통계에 따르면 10만원 이하의 재산세가 부과된 주택은 1076만9173호로 전체(1324만1580호)의 83.3%에 달했다. 반면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 적게는 수백만원,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내고 있다.

한국의 주택 보유세 구조가 철저하게 '다수의 소액 납세자'와 '소수의 고액 납세자'로 양극화된 데에는 정치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강남불패'의 부동산 신화를 반드시 깨겠다고 취임 초부터 선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징벌적 수준의 높은 세율을 적용한 반면 저가주택에 대해서는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했다. 그 결과 최고세율과 최저세율의 격차가 20배로 벌어졌다.

재산세 상한선마저도 정략적으로 접근했다. 재산세가 많다는 불만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제기되자 정부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 상승률을 전년대비 5%로 제한했다. 3억~6억원 주택은 10%까지만 재산세가 오를 수 있도록 했다. 반면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상승률을 200%로 넓혔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 등의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집값 상승과 과표적용률 인상으로 매년 급증하는 세금을 내야 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설령 집값이 두 배로 오르더라도 납부해야 할 재산세는 상한선에 걸려 전년보다 고작 1만~2만원 더 내는 정도였다. 현행 주택 보유세 체제가 종부세를 내는 2% 국민과 나머지 98% 국민을 가르는 '2 대 98'의 갈등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