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의 침체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이미 철강업체들이 감산(減産)에 돌입했고,석유화학 소재,타이어업계 등 후방 연관산업도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상장법인의 전분기 대비 매출증가율은 높아졌으나 영업이익률이 5.9%로 전분기보다 1.7%포인트나 떨어지고 부채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3분의 1이 손익계산서로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현금수입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상황으로,기업들의 재고가 늘었거나 물건은 팔았지만 대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기업들이 그만큼 흑자도산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경색이 이미 실물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입히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렸는데도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더 오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부문에 흘러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를 방치할 경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산업에 감산과 구조조정,대량실업의 심각한 후폭풍이 불가피해지면서 성장 후퇴와 장기 침체의 악순환은 불보듯 뻔하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자본확충 지원,신용ㆍ기술보증기금의 보증규모 확대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돈이 흐르도록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금융시장 안정 대책에 이어 실물경제 악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조치 또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환경부담금 폐지,연구ㆍ개발(R&D) 비용 지원 등의 방안은 그런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 대책도 함께 강구할 일이다.

기왕에 가닥이 잡혔으면 실기(失機)하지 말아야 한다. '신속하고 과감하며 충분한' 조치가 위기 대응의 원칙이자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임을 거듭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