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찾아갔더니 사채나 알아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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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 규제 풀어도 창구는 본점 눈치만
#1.지난달 중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A씨(65)는 대지지분 26㎡(8평)짜리 다세대주택을 1억5000만~2억원 정도에 구입하려다 괜시리 기분만 상했다. 모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지만 단번에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미 정년퇴직을 한 A씨한테 일정 수입이 없었던 게 문제가 됐다. A씨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풀렸는데 왜 소득 증명원이 필요하냐며 항변했지만 은행 측은 "사채업자나 알아보시죠"라며 끝내 거절했다.
#2.양천구 목동 13단지 89㎡(27평)형에 사는 직장인 B씨(42)도 최근 같은 단지 내 115㎡(35평)형으로 넓혀가기 위해 주거래은행인 K은행을 찾았지만 맨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B씨는 이전까지 대출받은 적도 별로 없는데다 최근 DTI 규제가 풀려 고작 3억원짜리 대출이 어려울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은행 측은 비록 규제가 완화됐더라도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실제 대출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7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개 구를 제외하고 수도권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DTI는 완전 폐지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40%에서 60%로 높아졌지만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돈줄을 죄고 있다. 특히 지역에 따라 DTI와 LTV를 종전과 다름없이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정부의 정책 효과가 크게 반감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의 C공인 관계자는 "지인이 모 은행의 대출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달부터 DTI 규제를 계속하는 방향으로 상부 지침이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융자를 받으려면 12월 전까지 빨리 갖다 쓰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 인근의 D공인 관계자도 "최근 모 시중은행으로부터 팩스 한 통을 받았는데 전세입자를 낀 후순위 대출은 아예 불가능하고 DTI도 차입자의 소득증명원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요새 은행이 어렵기는 많이 어려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85㎡(26평)형의 전세를 1억5000만원에 계약한 신혼부부 E씨는 지난달 중도금 7000만원을 신용대출받아 내려고 했지만 은행에서 거절당했다.
집주인 역시 이 돈을 받아 해당 집에 대한 대출금을 갚으려 했지만 일이 꼬였다. E씨는 계약금(200만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깨고 싶었지만 주인이 대출이자까지 물어내라고 요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에 대해 "정부가 은행들에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맞추는 등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마구잡이식 대출을 해 줄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특히 지점들의 경우 본점의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DTI나 LTV 등 기준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학년)
#1.지난달 중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A씨(65)는 대지지분 26㎡(8평)짜리 다세대주택을 1억5000만~2억원 정도에 구입하려다 괜시리 기분만 상했다. 모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지만 단번에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미 정년퇴직을 한 A씨한테 일정 수입이 없었던 게 문제가 됐다. A씨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풀렸는데 왜 소득 증명원이 필요하냐며 항변했지만 은행 측은 "사채업자나 알아보시죠"라며 끝내 거절했다.
#2.양천구 목동 13단지 89㎡(27평)형에 사는 직장인 B씨(42)도 최근 같은 단지 내 115㎡(35평)형으로 넓혀가기 위해 주거래은행인 K은행을 찾았지만 맨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B씨는 이전까지 대출받은 적도 별로 없는데다 최근 DTI 규제가 풀려 고작 3억원짜리 대출이 어려울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은행 측은 비록 규제가 완화됐더라도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실제 대출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7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개 구를 제외하고 수도권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DTI는 완전 폐지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40%에서 60%로 높아졌지만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돈줄을 죄고 있다. 특히 지역에 따라 DTI와 LTV를 종전과 다름없이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정부의 정책 효과가 크게 반감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의 C공인 관계자는 "지인이 모 은행의 대출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달부터 DTI 규제를 계속하는 방향으로 상부 지침이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융자를 받으려면 12월 전까지 빨리 갖다 쓰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 인근의 D공인 관계자도 "최근 모 시중은행으로부터 팩스 한 통을 받았는데 전세입자를 낀 후순위 대출은 아예 불가능하고 DTI도 차입자의 소득증명원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요새 은행이 어렵기는 많이 어려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85㎡(26평)형의 전세를 1억5000만원에 계약한 신혼부부 E씨는 지난달 중도금 7000만원을 신용대출받아 내려고 했지만 은행에서 거절당했다.
집주인 역시 이 돈을 받아 해당 집에 대한 대출금을 갚으려 했지만 일이 꼬였다. E씨는 계약금(200만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깨고 싶었지만 주인이 대출이자까지 물어내라고 요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에 대해 "정부가 은행들에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맞추는 등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마구잡이식 대출을 해 줄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특히 지점들의 경우 본점의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DTI나 LTV 등 기준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