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는 은행들도 4분기 들어 연체율이 1%를 넘어설 기미를 보이자 연체율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 제2금융권 연체율 비상


제2금융권은 치솟는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6.0%로 6월 말보다 2%포인트나 뛰었다.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3%에서 17.0%로 2.7%포인트 상승,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체 여신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PF 대출 연체율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상승했고 저축은행의 주고객인 중소 상공인 대출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각사별로 대출 및 연체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자금난을 겪는 캐피탈(할부금융.리스)사들도 작년 말에는 연체율이 2.8% 수준이었지만 9월 말에는 3.7%로 뛰었다.

PF와 중소기업, 신용대출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업체들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데다 연체율까지 올라가고 있어 신규 대출을 크게 줄인 상태다.

신용카드사들은 아직 연체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내년 상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15개 겸영은행의 신용카드채권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1.66%로 6월 말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5개 전업카드사의 9월 말 연체율은 3.28%로 전분기 말 대비 0.15%포인트 하락했지만 10월 말에는 3.32%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3년 카드사태를 겪은 신용카드사들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연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회원에 비해 기업회원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업카드사와 겸영은행의 기업회원 연체율은 작년 말 0.87%에서 9월 말 1.32%로 급상승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법인회원의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법인회원이 많은 일부 은행은 카드 연체율이 2.5% 수준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연체율 상승

가계 파산과 기업 부도가 늘어나면서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10%대를 훌쩍 넘는 2금융권과 달리 대부분 1% 미만이어서 위험한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연체율이 가장 높은 하나은행은 9월 말 현재 연체율이 0.88%로 전분기보다 0.17%포인트 상승했지만 위험 수준으로 인식되는 2~3%대와는 거리가 있다.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9월 말 현재 0.70%로 전분기보다 0.15%포인트 높아졌으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0.69%와 0.68%로 전분기보다 0.02%포인트와 0.11%포인트 올랐다.

기업은행은 0.67%로 0.33%포인트 상승했으며 외환은행은 0.60%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4분기 들어 연체율 상승폭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성건설의 부도와 C&그룹의 연체 등 경기침체 여파로 중견 기업들이 부실해지면서 은행의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양상이다.

A 은행은 11월 말 현재 연체율이 0.20%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0.90%대로 올라섰으며 B 은행은 10월 말 0.94%로 한달 새 0.25%포인트 이상 치솟아 1%대 진입을 넘보고 있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연말 연체율이 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1일 월례조회사에서 "4분기 들어 연체율이 전 산업군에 걸쳐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은행 건전성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전망이 현재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에 각 사업그룹과 영업점에서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은행은 만기 도래하는 운전자금대출에 대해 원금 일부 상환 없이 만기를 연장해 줌으로써 급격한 부실 발생에 따른 연체 증가를 방지하고 있으며 기업은행은 본부에서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찾아 영업점에 통보하면 영업점에서는 현장을 방문해 사전 조치하는 '워치리스트(Watchlist) 기업 점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말 1.97%였던 신용카드 연체율이 9월말 2.16%까지 치솟고 펀드 불완전 판매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내년 경영성과평가(KPI) 지표에서 카드와 펀드,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등 판매실적에 대한 배점을 없애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선되던 연체율이 약간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은 높은 편이 아니며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연말 쯤 하향 안정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특별한 전환점이 없이 연체율이 계속 올라갈 가능성에 대비해 대부분 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올 연말과 내년의 화두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