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원ㆍ달러 환율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와 경상수지를 꼽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환율도 이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내년 하반기부터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환율 효과로 한국의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이것이 환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환율도 상반기까지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안정 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이탈로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나 2분기 중 1750원까지 오른 뒤 하반기부터 하락해 연말에는 11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년간 600원이나 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도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실 문제 등 국제 금융시장 내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1600원대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환율 폭등세는 한풀 꺾였다고 볼 수 있지만 실물 경제 침체 우려가 여전하고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내년 초 한두 차례 더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환율이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돈 신한은행 부장은 "환율이 워낙 많이 오른 상태로 앞으로 더 오르기 쉽지 않다"며 "고환율에 따른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개선이 반영되면 환율은 연말로 갈수록 계단식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따라 환율이 내년 1분기 중 1200원대,2분기 중 1080원대,연말께 1020원대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