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인 200억원 탈세 추가 드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농협중앙회로부터 휴켐스를 턱없이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데 이어 세종증권 주식을 실·차명 거래해 178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홍콩 현지법인에서 800억원의 이득을 얻었으나 200억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추가 탈세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런 겉으로 드러난 의혹 외에도 박 회장이 주식거래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 등에 건넨 사실은 없는지,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벌인 사실은 없는지 등을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 홍콩법인 소득세 `200억원 탈루' 의혹 = 박 회장은 2002년 5월∼2005년 10월 홍콩에 세운 현지법인을 통해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이를 통해 800억원의 배당 수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박 회장을 고발한 이유가 바로 이에 따른 소득세 200억원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홍콩에서 조성된 800억원이 국내로 들어와 비자금으로 조성된 뒤 로비용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측은 그러나 600억원은 해외에서 사용했고 나머지 200억원은 홍콩에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 `세종증권 비리' 최대 수혜자 = 박 회장은 2005년 2월 초부터 세종증권 주식 110억원(197만주)을 실ㆍ차명거래해 불과 10개월만에 178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본인과 아내 명의로 87만주(41억원)를 거래해 94억원을 벌었고 지인 2명의 명의로 110만주(69억원)를 매매해 84억원을 벌었다.

특히 주당 평균 5천∼6천원에 매입했다 1만5천∼1만7천원에 집중 매도함으로써 내부정보 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세종증권 주식을 팔아 마련한 288억원 가운데 50억원을 농협으로부터 휴켐스를 인수하는 데 사용, 농협이 사들인 회사의 주식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농협으로부터 `알짜배기' 회사를 사는 데 쓰는 `사업수완'까지 발휘했다.

오히려 박 회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의 `귀띔'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 강하게 들게 하는 대목이다.

◇ 휴켐스 특혜 인수 의혹 = 박 회장이 2006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지적인데,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휴켐스는 2005년 2천759억원 매출에 12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박 회장은 2006년 3월 휴켐스 매각공고가 나오자 1천777억원에 사겠다고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같은 해 6월 말 응찰 가격보다 322억원 가량 적은 1천455억원에 휴켐스 주식 46%를 인수했다.

문제는 이 인수액이 입찰에 참여했던 2위 업체가 제시한 금액보다 오히려 70억 원 적다는 것으로, 검찰은 이 과정에 모종의 거래나 특혜가 없었는지 살피고 있다.

박 회장은 또 최종 인수작업이 끝나기 전에 휴켐스 주식 104만2천여주를 싼 값에 사들임으로써 현재 가치로 86억원의 평가차익까지 보고 있다.

◇ 검찰 수사 방향은 = 검찰은 탈세와 관련한 국세청의 고발 내용 분석을 마쳤으며 내부정보 이용 의혹에 대한 증권선물거래소의 조사 자료 검토도 끝냈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주식거래 내역과 회계자료 분석을 통해 차명거래 등에 따른 탈세 금액을 확정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세종증권 주식 거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던 지와 비자금을 조성해 휴켐스 인수 등의 과정에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는지도 캐고 있다.

이밖에 2006년 박 회장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조사하다 무혐의 처분을 한 증권선물거래소에 대해서도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