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국민에게 바치는 시' 2편 탈고

대만의 국가기밀 자금인 `국무기요비' 유용 및 돈세탁 혐의로 구속돼 보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옥중시인'으로 변신했다.

수형번호 `2630번'을 부여받고 타이베이(臺北)현 투청(土城)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천 전 총통은 27일 현재 `이온음료'와 물만 마신채 단식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만과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천 전 총통은 사실상의 `단식투쟁'으로 기력이 쇠잔해진 상태이지만 벌써 2편의 시를 탈고하는 등 왕성한 재기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6.5평방미터에 불과한 독방에서 쓴 2편의 시는 각각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와 대만 국민에게 바치기 위한 것이라고 천 전 총통의 변호인이 설명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천 전 총통은 우수전 여사를 위해 쓴 시에서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표시한 뒤 자신의 구속을 `정치적 박해'라고 서술하고 있다.

특히 그는 "대만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도 피력하고 있다고 변호인을 전했다.

국민에게 바치는 두번째 시에서 천 전 총통은 자신이 수형번호인 `2630번'을 사용해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전 총통의 변호인은 "천 전 총통의 시는 (정치적 탄압에 맞서겠다는) 그의 최후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천 전 총통은 수감 이후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국민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그의 범죄 혐의가 기본적으로 국가 예산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리는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천 전 총통의 아들인 천즈중(陳致中) 등 가족들은 미국에 예치돼 있는 2천100만달러(315억원)를 대만검찰이 지정하는 대만내 계좌로 옮겨오는데 동의했다고 대만언론들이 보도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