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강경태도로 회수 쉽지 않아

현대그룹이 그동안 대북사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무려 1조8천억원에 이르지만 최근 북측의 강경 태도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현대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계열사인 현대아산을 통해 지난 1998년 금강산 크루즈 관광을 개시한 이래 10여년 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 등에 총 1조7천824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현지에 투자한 시설과 사업권 대가 등을 합한 금액으로, 사업권 대가는 현대가 달러로 북측에 지급했기 때문에 원화로 계산했을 때 이 정도 금액에 해당한다.

우선 현대의 개성공단 투자비만 7천992억원에 달한다.

현대는 지난 2000년 8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7대 사업에 합의하면서 개성 지구 개발 등에 대해 30년간 독점권을 갖는 대가로 5억달러(7천492억원)를 지불했다.

또한 현대는 개성공단에 송악 플라자와 사무실 등을 두고 있어 시설 투자비만 5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부지 조성이나 기타 공장 시설은 각 입주업체와 토지공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현대의 투자비로 잡히지 않는다.

지난 7월 11일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투자비가 9천832억원에 이른다.

현대는 9억4천200만달러(1조4천115억원)를 주고 금강산 사업권을 따냈는데 이 가운데 현재까지 토지 및 사업권 취득 명목으로 4억6천785만6천달러(7천10억원)를 지급했다.

또한 호텔 등 숙박시설 투자에 1억8천836만달러(2천822억원)를 투입했다.

다만 개성 관광의 경우 당일 관광인데다 북측이 식당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현지 투자가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현대를 제외한 협력업체들이 투자한 액수도 만만치 않다.

이들 협력업체의 투자액은 총 1천269억1천700만원으로 이 가운데 관광공사, 에머슨 등이 1천31억6천100만원으로 가장 크다.

문제는 남북 관계 경색으로 금강산에 이어 개성관광마저 중단되고 개성공단 사업마저 위축되고 있어 현대가 투자한 막대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일단 현대는 대북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국면에 이르더라도 현지 투자 자산에 대해 보상을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0년 12월에 체결된 '남북 사이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때문이다.

투자보장 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기로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의 목적으로 투자자산을 수용할 경우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경우 신속하고 충분하며 효과적인 보상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갈수록 틀어져 대북 사업이 전면 중단될 경우 이런 합의서에 불구하고 현대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만일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투자보장 합의서에 따라 자산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가 좋아져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풀렸으면 하는게 우리의 바람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