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영향력이 커진 데는 국내 증권사의 '입다문' 보고서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는 보고서는 모두 '매수' 일색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애널리스트나 증권사들이 고객이기도 한 상장사의 입김에 칭찬 일색의 보고서만 양산하는 상황이어서 외국계 증권사가 내는 '매도' 보고서의 시장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는 반토막 났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전날까지 발표한 3만3517개의 종목·산업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거의 없었다. '매도'라는 어감을 피하고 '비중 축소' 등으로 에둘러 말하는 보고서만 10개 나왔을 뿐이다. 전체 보고서의 0.02%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 결과 애널리스트 숫자 면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의 주니어급 애널리스트의 '매도' 의견 한마디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주가마저 출렁이고 있다는 얘기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